지방정부 빚에 발목잡힌 중국
입력 2013-08-27 18:23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로 꼽혔던 남부 지역의 구이양(貴陽)시는 미국의 맨해튼을 꿈꾸며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개발에 열을 올렸다. 구이양시와 산하 공기업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닥치는 대로 고층빌딩을 세우고 도로를 닦았다. 이 도시가 이렇게 해서 이뤄낸 최근 몇 년간 연간 경제성장률은 15%에 달했다.
하지만 2008년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좀체 가라앉지 않으면서 구이양시가 세운 고층빌딩을 보러 오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투자가 이어지며 선순환이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자 구이양시는 또 빚을 내 돌려 막기에 급급했다. 이제는 부채 상환에 허덕이며 지역주민에게 물 공급조차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가 한계선을 넘어섰다”며 “경제 둔화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려는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FT는 구이양시의 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대 58%에 이르며, 중국 내 어느 지방정부든 부채 비율이 40∼80% 수준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중국 인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정부, 기업, 가계 부채를 다 합친 총 부채 비율은 2008년 GDP의 30%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말 100% 수준으로 급증했다. 중국의 부채 규모는 현재 100조 위안(약 16조3000억 달러)이 넘는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4월 중국의 부채 확대를 우려하며 신용등급을 낮췄다.
WSJ는 “부채에 짓눌린 지방정부나 기업이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성장 저하를 부를 수 있다”면서 “특히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WSJ는 중국에서 금리가 1% 포인트 올라갈 때마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 포인트씩 올라간다고 추산했다. FT와 WSJ는 이런 중국을 ‘빚에 발목 잡힌 용(Debt Dragon)’이라고 꼬집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