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재판 승자는 보시라이”

입력 2013-08-27 18:23

중국 정치사에 남을 만큼 관심을 모았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 서기에 대한 재판은 보시라이 자신이 최대 승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대만의 연합보가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보시라이가 재판 시작 전 중국 지도부에 내세운 유일한 조건은 재판 공개였으며 지도부가 민감한 정치문제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이를 받아들이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은 보시라이였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우선 재판을 통해 보시라이가 좌파 진영에서 용맹스러운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좌파 진영은 보시라이가 추구한 ‘충칭모델’을 선호했다. ‘충칭모델’은 공평한 성장과 분배를 강조해 지역 간 격차 해소를 강조한 것을 말한다. 일부 좌파 진영은 마오쩌둥 시대로 돌아가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가 자신의 혐의를 부정하고 조목조목 기죽지 않고 항변하는 모습으로 동정여론을 통해 좌파의 정신적 지도자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재판과정에서 보시라이의 거친 반격으로 ‘괘씸죄’가 적용될 수 있겠지만 이미 형량까지 사전 협의를 통해 마무리됐을 가능성이 높아 판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마디로 ‘정치쇼’였다는 것.

오히려 중국 지도부에게는 이번 재판을 통해 보시라이가 주도한 ‘충칭모델’ 이면에 위법과 부패가 있었다는 것을 부각하려던 의도가 빗나갔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일부 권력층의 부패상이 그대로 노출된 것도 지도부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보시라이 재판을 통해 아내인 구카이라이가 ‘원한을 품은 여자’로 규정됐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재판과정에서 구카이라이가 쉬밍 다롄스더 그룹 회장으로부터 프랑스 호화빌라를 포함해 아들 보과과의 여행비용 등 수십억원을 받은 것이 추가로 드러나 경제범죄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열린 구카이라이의 재판은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살해 혐의만 다뤘다.

충칭의 치안영웅이었던 왕리쥔은 상관의 아내를 사랑한 남자로 지칭됐다. 보시라이의 돈줄 역할을 한 쉬밍 회장은 정경유착을 일삼던 악덕기업인이 아닌 의리를 지킨 인물로 이미지 변신을 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