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제2의 코소보’ 되나… 美, 이르면 내일 공습

입력 2013-08-27 18:22 수정 2013-08-28 01:17

미국이 27일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군사개입 준비가 모두 끝났다고 선언하면서 시리아 사태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미국은 지난 21일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참사가 벌어졌음에도 군사개입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유엔의 동의나 확증 없이 다른 나라를 공격한다면 국제법상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 미국이 입장을 바꾸게 된 것은 군사개입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영국과 프랑스 등이 러시아, 중국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합의가 없더라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국제사회가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자 바뀐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은 1999년 3월 코소보에서 벌어지는 인종청소 문제와 관련한 유엔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자 세르비아의 주요 군사 목표물에 대한 공습을 독자적으로 단행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의 명분을 코소보에서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과 함께 이르면 29~30일 공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나토도 시리아 문제와 관련한 긴급 현안회의를 조만간 열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휴가일정을 단축하고 시리아 군사개입과 관련한 의회 동의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영국 전투기들은 키프로스에 배치됐다.

다만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공습에 나서더라도 수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요인은 이란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의 27일자 칼럼에서 지적했다. 핵무기 보유 야욕을 가진 이란은 시리아 정권을 지원해 내전을 키운 배후로 지목된다.

이란은 시리아 정부가 내전에서 이겼을 때 영향력이 가장 강화되는 나라인 만큼 국제사회가 시리아 정부를 몰아붙일 경우 강하게 반발할 나라로 꼽힌다.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 깊이 개입해 현 정권을 무너뜨린다면 이란의 고립 의식과 핵무기 보유 의지를 키울 위험이 있다. 미국은 현재 새 대통령이 선출된 이란 정부와 핵 관련 회담을 열지 검토 중이다.

신문은 역설적으로 이란이 미국을 결국 시리아 사태에 끌어들인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미국으로서는 자신이 ‘금지선’으로 정한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묵인하는 전례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일단 시리아 사태에 뛰어든다면 어느 정도만 개입하고 말 수는 없다는 측면도 있다. 만약 정권을 무너뜨린다면 미군은 한동안 이슬람 지역에 주둔하며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무수한 정파들 사이에서 혼란을 정리해야 하는 책임도 생긴다. 이 때문에 미국이 시리아 사태에 전면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러시아는 서방이 시리아 정부군을 공격하더라도 개입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26일 시리아 사태와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군사 개입은 나쁘지만 우리는 누구와도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이제훈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