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先 양자-後 다자회담” 역제안… 靑은 ‘시큰둥’
입력 2013-08-28 01:36 수정 2013-08-28 01:41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5자 민생회담’ 제안이 나온 지 하루 만인 27일 ‘선(先) 양자, 후(後) 다자회담’을 역제안했다.
김 대표는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는 입장을 통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의 양자회담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결론을 내고, 또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다자회담에서 민생을 의논한다면 두 회담 모두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자리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많은 국민들은 다음달 4일 대통령이 출국하기 전 전향적인 답을 주시는 게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박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가정보원 개혁을 논의하자는 민주당 제안을 거부하면서 민생을 위한 여야 지도부 다자회담을 갖자는 것은 본질을 외면하는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의 역제의는 청와대가 주장해온 다자회담과 민주당이 제안한 양자회담을 절충한 것이다. 양측이 각기 유리한 회담 형식을 고수하며 한 치의 진전이 없자 내놓은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장외투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누적과 6일 앞으로 다가온 정기국회(9월 2일 개회) 파행 책임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의 답변 시한을 다음달 4일 이전으로 명시한 데는 대치 정국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청와대는 김 대표 제안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논의에 들어가는 등 신중한 모습이었지만 선(先) 양자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할 의제부터 민주당과 입장이 달라 김 대표의 역제의가 성사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다만 김 대표가 시·도위원장 임명식에서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국정원에 도움을 청하거나 국정원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은 믿어야 한다”고 밝혀 의제 절충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대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압박하기 위해 이날부터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에서 노숙투쟁을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친박근혜계 핵심인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이 김 대표를 예방하고 조속한 원내 복귀를 요청했다. 새누리당 초선 모임인 초정회 소속 의원 9명도 천막당사를 찾았다. 김 대표는 홍 총장과의 면담에서 “국회도 잘되고 나라도 잘돼야 하는데, 여당이 잘해야죠”라며 뼈 있는 인사말을 건넸다. 김 대표의 서울 대광중 후배인 홍 총장은 “고생 많으시다. (정기)국회는 시작할 때 다 됐고, 여당이 걱정이 많다. 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역할 좀 하라. 새누리당 사람들이 청와대를 열심히 설득시켜야 할 것 아니냐는 취지”라고 김 대표의 의중을 설명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여야의 충분한 토의와 협상, 결론 도출에 부족함이 있는 채로 대통령과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며 “모든 문제를 국회 안에서 해결하도록 여당이 앞장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제시한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단독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재중 임성수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