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지폐 원판 62년만에 돌아온다

입력 2013-08-27 18:07 수정 2013-08-27 22:18


검찰이 6·25전쟁 당시 미국으로 유출된 우리나라 문화재를 환수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수사공조를 통해 문화재를 환수한 첫 사례다.

대검찰청과 문화재청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과 수사공조를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화된 지폐인 ‘호조태환권’(戶曹兌換券·사진)의 인쇄원판을 국내로 환수하게 됐다고 27일 밝혔다. 대검과 문화재청은 다음달 3일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성 김 주한 미국대사로부터 호조태환권 인쇄원판을 돌려받게 된다.

호조태환권은 1892년(고종 29년) 화폐제도를 근대적으로 정비하기 위해 제작됐다. 구권 화폐와 신권 화폐 교환에 쓰였다. 이번에 환수되는 원판은 10냥권으로 ‘이 환표는 통용하는 돈으로 교환하는 것이다’라는 글자가 돋을새김으로 새겨져 있다.

호조태환권 인쇄원판은 1951년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병사 라이오넬 헤이스(사망)에게 도난당해 미국으로 불법 유출됐다. 2010년 헤이스의 유족들은 미국 미시간주 소재 ‘미드웨스트 옥션 갤러리’에 호조태환권 인쇄원판의 경매를 의뢰했다. 정보를 입수한 이종철 주미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은 해외 문화재 반출의 불법성을 알린 뒤 경매중지를 요청했지만, 경매는 그대로 진행됐다. 재미교포 고미술 수집가 윤모(54)씨가 3만5000달러(약 3900만원)에 낙찰 받았다. 이 법무협력관은 미국 국토안보부 등에 형사절차 진행을 요청했고, 2010년 6월 국토안보부 산하 국토안보수사국은 한국 검찰과 함께 수사를 개시했다. 국토안보수사국은 윤씨를 장물 취득 등의 혐의로 지난 1월 체포했다.

검찰은 이번 환수를 계기로 불법유출된 문화재 환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검찰은 16개국 20개 법집행기관과 수사공조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 LA카운티 박물관에 있는 ‘문정왕후 어보’에 대해서도 수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