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아저씨’… 결국 로펌행
입력 2013-08-27 18:07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은퇴한 뒤 부인의 편의점에서 일했던 대법관 출신 김능환(62·사법연수원 7기) 전 위원장이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김 전 위원장은 27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없을 무(無) 항상 항(恒) 낳을 산(産). 없을 무(無) 항상 항(恒) 마음 심(心). 무항산이면 무항심이라. 저는 다음달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일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변호사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무항산무항심’은 맹자 양혜왕편에 나오는 말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는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 수익만으로 생활하기가 여의치 않았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집사람 일 도와주는 것만으로 충분했으면 계속 그렇게 살아갈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선관위원장 퇴임식에서 “아내의 가게를 도우며 소시민으로 살아가겠다. 공직이나 법무법인으로 갈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서울 상도동에서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전관예우’에 대한 국민적 비난 여론이 고조된 때여서 그의 행보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전 위원장이 ‘편의점 아저씨’로 지낼 때도 많은 대형 로펌들이 꾸준히 그의 영입을 시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전주지방법원 판사와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거쳐 2006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2011년 2월부터 2년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재직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