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능 전면 개편] 변별력 약화 ‘성취평가제’ 도입 유예… 학생부 ‘뻥튀기’ 방지 평가 내실화

입력 2013-08-27 18:08 수정 2013-08-27 22:43

교육부는 수시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정시에서는 수능을 강조한다. 학교생활기록부를 강화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 가운데는 ‘성취평가제’를 사실상 폐기한 것이 눈에 띈다. 고교 내신을 절대평가로 대입에 반영하는 성취평가제를 2020학년도 이후로 유보한 것은 현 정부에서는 도입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대학들이 실질적으로 학생부를 반영하도록 신뢰도를 제고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정부 요구를 충실히 따르는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는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도입을 통해 실효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적 부풀리기’ ‘내신 무력화’ 우려…성취평가제 도입 유예=고교 내신을 5단계(A-B-C-D-E)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내용의 성취평가제는 예고대로 내년 고1부터 적용하지만 대입 반영은 2020학년도까지 유예하고 현행처럼 석차 9등급,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편차를 대학에 제공한다. 당장 내년부터 고교에서 성취평가제가 적용되는데도 가장 중요한 대입 반영은 5년이나 미룬 것은 성취평가제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교육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학생부 무력화’ 등의 이유로 제도 도입에 반발해온 학교 현장의 영향이 컸다. 고교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내신의 변별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내신 불리 우려 때문에 그나마 우수 학생이 특목고에만 몰리지 않고 일반고에도 분산됐는데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 특목고·자율고에 유리하다는 여론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교총이 이달 초 전국 고교 교원 747명을 대상으로 ‘성취평가제 인식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3.3%가 ‘변별력 약화에 따른 학생부 무력화’ 등의 이유로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미 3년 전부터 예고됐던 성취평가제가 내년 시행을 앞두고 갑자기 유예됨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성취평가제 도입을 믿고 지역이나 학군 등을 고려해 이미 이사를 하거나 입시 준비를 해온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뻥튀기’ 학생부 방지 위해 대학의 학생부 평가 내실화=교육부는 학생부가 대입전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도록 대학들이 학생부 평가를 내실화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고교에 따라 학생부 분량이 천차만별이며 수상 실적을 과대포장하는 등 ‘뻥튀기’가 심하다는 지적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학생부 위주 전형’의 경우 외부 실적 등 취지에 맞지 않는 자료 제출은 제한하고 추가 전형 요소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공인어학성적, 교과 관련 외부 수상실적 제출도 엄격하게 금지하는 한편, 비교과 영역을 서술할 때 글자 수를 지정하는 등 분량도 제한했다.

교육부는 이를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과 연계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한 대학에 예산을 지원하는 등 대학들의 협력을 유도할 방침이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