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경제 불안 바람직하지 않다”했지만… 현오석의 불안한 낙관론

입력 2013-08-27 17:58


신흥국발(發) 금융위기설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는 연일 ‘낙관론’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 기초체력이 튼튼해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흥국 위기가 본격화되면 우리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세수 부족 사태가 이어지면서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낙관적인 태도에 안주하기보다는 불안한 재정·금융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우리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외화유동성이 풍부한데다 재정건전성도 양호하다”며 “우리 경제에 대한 과신이나 무사안일은 경계해야 하지만 근거없는 불안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현 부총리는 또 “해외 주요 IB(투자은행)나 외신은 우리경제의 기초체력과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우리의 대외건전성을 높이 평가해 국가신용등급을 현행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현 부총리는 다만 “대외 불안요인이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상황별 대응계획)을 재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낙관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재정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17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대부분 국채로 충당한데다 세수 여건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재정건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인 관리재정수지(국세수입에서 총지출과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것)는 올 1분기 23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우리 예산이 연간 300조원을 넘는 규모지만 고정 지출과 계속사업에 드는 비용을 제외하면 신규로 쓸 수 있는 금액은 3조∼5조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만약 올해 10조원가량 세수가 덜 걷힌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1년 전 국제신평사들이 일제히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당시 신평사들은 우리나라의 펀더멘털과 함께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높이 평가했다. 재정적자가 계속되면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주고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나친 낙관론이 상황인식을 그르친다고 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흥국의 금융불안은 큰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일종의 신호”라며 “정부가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를 강조하며 상황을 낙관할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 불안이나 재정건전성과 관련된 취약점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