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능 전면 개편] 정권마다 바뀌는 실험 “우리 아이 대학갈땐 또 어떨지…”
입력 2013-08-28 01:33
“대한민국 교육은 1년지대계다.”(부천시 거주 중학생 학부모 A씨)
“우리가 실험실 쥐인가?”(서울시내 고교에 재학 중인 수험생 B양)
“장관 얼굴만 바뀌고 교육부 사람들은 그대론데 손바닥 뒤집듯 정책이 바뀐다.”(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
교육부가 27일 큰 폭의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하자 일선 학부모·학생·교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수준별 A/B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폐기되자 “대입 정책의 유효기간은 도대체 어느 정도냐”며 성토하는 분위기다.
이명박정부 당시 교육 관료들이 좋은 정책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정책 중 자사고·자공고 등 고교다양화, 수준별 수능,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등은 현 정부 들어 순식간에 ‘문제 있는 정책’으로 비판 대상이 돼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고3 학생을 둔 남모씨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정치인이나 교육관료는 모르는 것 같다”며 “결국 아이들만 불쌍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정부 주요 대입정책 가운데 성취평가제는 사실상 폐기될 처지이고, ‘EBS 수능 연계’ 정도만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수준별 수능은 올해 초 서울 주요 9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일선현장에서 준비가 안 됐다”면서 유보를 요구했었다. 그러나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미 3년 전에 예고된 정책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그러다가 불과 8개월 만에 문제를 시인한 것이다. 당시 입학처장들의 유보 논리는 현 교육부의 수준별 수능 폐지 논리와 거의 일치한다.
논란이 일 당시 학원가에서는 2015학년도부터 수준별 수능이 폐기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입시업체 강사들이 입시설명회에서 학부모에게 공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교육부가 수준별 수능을 폐기하자 “입시업체 전망이 정부보다 낫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대입제도 발전방안 연구위원회에서 문제 해소를 검토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실패를 시인했다.
정권 입맛에 교육정책을 맞추다 보니 현장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이 요구하는 정책을 위한 현장만 다니다 보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다닌다는 비판이다.
경기도 B고등학교 이모 교사는 “온통 탁상공론”이라며 “현장 조건, 정서 등을 현장 전문가인 교사와 함께 고민하지 않으니 정책이 현장에 뿌리 내리기도 전에 부작용이 먼저 부각되고 또다시 정책이 바뀌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문·이과 융합과 관련된 논의를 ‘완전 융합’ ‘절충안’ ‘현행 유지안’ 등 3가지로 제시하고 눈치 보기를 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정부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정부 안을 결정해 여론을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옳은 방식이라는 주장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