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이산가족 상봉·실무회담 동시개최 부담감
입력 2013-08-27 17:46
정부가 27일 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 날짜를 9월 25일에서 10월 2일로 늦추자고 북한에 수정 제안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분리 대응’ 원칙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날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회담이 열리는 데다 이산가족 실무접촉 당시 우리 측이 ‘양보’를 많이 했다는 비판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이 당초 제안한 회담 날짜는 내달 25일이다. 이 경우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회담이 북측 지역인 금강산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자연스럽게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정부 의도대로 회담을 끌고 나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실제 지난 23일 금강산기업인협의회 등은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금강산 관광 및 남북경협 전면 재개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금강산 관광 재개, 피해보상 등을 요구했다.
이산가족 실무접촉 결과도 회담 날짜를 늦추게 한 원인으로 파악된다. 통일부 내부에선 지난 주말까지 우리 측이 당초 제안한 날짜를 그대로 고수하거나 다음달 중순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하지만 이번 주 초 이산가족 상봉 장소와 인원에 대해 정부가 북측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는 전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청와대가 “북한의 준비 사정으로 인해 그렇게 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서기까지 했다. 결국 ‘양보’ 비판을 잠재우고 회담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기 위해 회담 날짜를 미뤘다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 측 수정 제안에 고민을 하겠지만 결국은 받아들일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최고의 카드인 이산가족 상봉을 받아들였고 실무접촉에서도 자기 측 주장을 관철시켰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금강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쪽으로 스탠스를 잡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수정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