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바뀌면 또 바꾸는 ‘5년대계’ 교육정책

입력 2013-08-27 18:10

문·이과 통합 이상적이긴 한데 현실적 난관 많다

우리나라처럼 정권이 바뀌었다고, 교육부 장관이 교체됐다고 교육정책을 1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백년지대계는 언감생심이고 조령모개(朝令暮改)식 교육정책이 춤을 추고 있으니 실험 대상이 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교육부가 27일 현재 중3학생에게 적용되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방안을 내놨다. 현행 수능 골격을 유지하는 방안과 문·이과 일부 융합안, 문·이과 완전 융합안 세 가지 중에서 한 가지를 10월 중 선택하겠다고 한다. 문·이과를 통합하는 것은 전인적 인간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인문학적 창의성과 이공계 기술을 겸비한 통섭형 인재 양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맞아떨어진다. 문·이과 구분은 아이들을 ‘반쪽짜리 지식인’으로 키우는 대학입시를 위한 편법 수단이었다. 그러다보니 이과 학생들이 사회과목을 등한시하고, 문과 학생들은 과학시간에 잠을 자는 등 일선 교육이 파행을 겪었다.

문제는 수능에 포함되는 과목이 늘어나면 학생들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공교육이 자리를 못 잡고 있는 상황에서 사교육 의존도는 더 커질 게 분명하다. 그동안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능 과목을 줄여왔는데 문·이과 완전 융합안이 시행되면 수능 응시생 전원이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한국사를 공통으로 치르게 돼 부담이 늘어난다.

일선 학교에서 공통사회나 융합과학을 가르칠 여건이 안 돼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교사들 전공 분야가 각각 다른데 사회, 지리, 경제, 법과 정치 등 기존 사회과목을 모두 뭉뚱그려 가르쳐야 하고, 과학 과목은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을 모두 가르쳐야 한다. 교사들이 융합형 학습이 안 돼 있는데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공계 대학 지원 학생들도 문과 수준의 수학이나 과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학력 저하도 걱정된다. 문·이과 구분이 없어지면 그동안 편법적으로 ‘이과반’을 운영해 왔던 외국어고는 드러내놓고 의대·이과계열 준비를 할 수 있어 외고의 설립목적을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부작용과 장점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이명박정부가 도입해 올해 첫 시행되는 선택형 수능은 내년부터 영어 과목의 A형과 B형 구분을 없애기로 하면서 1년 만에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도입하기로 한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2019년까지 대입 반영에서 유보하겠다는 것이나 3000여개에 달하는 대입 전형을 줄이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교육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어선 곤란하다. 5년 임기인 대통령이나 길어야 몇 년 자리를 지키는 교육부 장관은 전임자가 해놓은 정책을 뒤집고 새 정책을 내놓고 싶어한다 해도 그 밑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교육 관료들은 수십년을 일했을 텐데, 1년 만에 용도폐기될 정책을 왜 만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잘못된 정책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