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재계 회동 주제는 ‘경제패러다임 변화’라야

입력 2013-08-27 17:48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10대그룹 재벌 총수들과 취임 후 첫 오찬간담회를 갖는다. 재벌 총수들은 올 5월 박 대통령의 방미 및 6월의 방중 때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바 있어 새로운 만남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을 별도로 초청한 것은 국정목표 추진, 경제 활성화 등 당면 과제와 무관하지 않을 터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이번 회동을 각별하게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한 자리에 앉아 경제부흥 국민행복 등의 국정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위해 기탄없이 의견을 나누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정치는 경제의 순탄한 존립 없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고 경제 또한 예측과 신뢰가 가능한 정치를 빼놓고 성과를 발휘할 수 없다. 더구나 국내외 경제 환경이 평탄하지 않고 경기가 살얼음판인 상황에서는 정치와 경제의 소통은 더더욱 절실하게 요청된다.

다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무엇보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요청하는 행태는 경계해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을 비롯해 대통령들은 취임 초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모아 일방적으로 정부의 요청을 주장하고 심지어 구체적인 수치목표를 떠안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행태는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효과도 없다. 당장은 효과를 내는 듯 보여도 결과적으로는 당초 정부가 원하던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동에 대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재검토를 호소할 길이 열린 것이라며 기대를 키운다. 재벌 총수들이 대통령에게 사안의 심각성을 앞세워 백지화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강조해왔던 경제민주화 관련입법과 재벌들이 주춤하고 있는 설비투자 확대를 서로 맞바꾸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회동의 본질은 새 정부가 지향하는 국정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더불어 달라진 경제패러다임에 대한 재계의 어려움을 함께 내놓고 소통하는 데 있다고 본다. 우선 정부 입김으로 억지 투자를 유도하는 시대는 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1년 2분기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 1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14.3%를 기록했다. 이미 우리 경제의 성장패러다임은 설비투자를 늘려서 수출을 확대하고 여기에서 얻은 이익으로 다시 설비투자를 늘리는 행태가 아니라는 뜻이다.

다음으로 국민은 지난 6개월 간의 재임을 지켜보면서 박 대통령의 ‘비정상의 정상화’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재벌로 인해 빚어진 ‘비정상’ 역시 ‘정상화’가 필요하며 박 대통령의 설득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대목이다. 국민의 열망 속에서 이번 회동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