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상임] 다름을 인정하자
입력 2013-08-27 17:36
기업에서 25년간 근무해서인지 성과를 위해 밀어붙이는 것이 생활화되었다. 코칭이나 강의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조직에서 성과를 내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데 하면서 말이다. 그 모습에 나 자신도 깜짝 놀라곤 한다. 성향이 비슷하면 별 무리가 없다. 허나 성향이 다른 사람들은 매우 불편해 한다. 너무 밀어붙여서 힘들다고 직접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주 학부모 코칭을 하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한 학부모가 큰아들이 불안정하고 남동생을 괴롭힌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큰애는 행동이 너무 느려서 매사 잔소리를 해야 한다. 반대로 작은 아들은 민첩하고 엄마 취향에 맞게 착착 알아서 해주니 칭찬을 자주 한다. 큰애가 내 마음 같지 않아 마음이 항상 불편하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답답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큰아들이 잘하는 게 무엇인지 물었다. 꼼꼼하고 성적도 좋고 모범생이라고 했다. 잘하고 잘못하는 것을 점수로 매겨보라 했더니 잘하는 거 98%, 느린 거 2%라며 말끝을 흐렸다. “칭찬과 인정해 줄 것이 많은 아이인데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로 야단만 쳤다. 동생 앞에서 야단을 맞았으니 자존심이 상했을 거다. 엄마 때문에 자신감도 잃어가는 거 같다”며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냈다.
엄마가 지켜야 할 행동수칙으로 “칭찬하자.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참아보자. 장점을 보자. 내 스타일을 고집하지 말자”로 정했다. 며칠 후 카톡으로 분위기를 물어보니 너무나 평온해졌고 큰아들이 많이 밝아졌다며 기뻐했다. 그동안 아들을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권위적으로만 대한 것 같다며 더 많은 사랑을 베풀 예정이라고 했다.
요즘 정치권, 회사, 학교, 가정 등 많은 집단에서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해법을 찾고 싶어한다. 모두 자기 입장에서만 상대방을 바라보며 불만을 터트린다. 그러니 틈이 좁혀질 리 없다.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성격도, 취향도, 커뮤니케이션 방법도, 리더십 스타일도 다르다. 상대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진심으로 통하게 된다.
코칭으로 만난 학부모 덕에 다시 한 번 다짐을 하게 됐다. 사람마다 다름을 인정하고 진심을 다해 그들과 춤추는 코치가 되어야겠다고. 그래야 더 기쁜 마음으로 스스로 변화 성장해 나가지 않을까 싶다. 다름을 인정할 때 상대방은 한 걸음 앞서 나가게 된다.
김상임(기업전문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