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조성돈] 목회자 과세 정당한가
입력 2013-08-27 17:36
이제 피할 길이 없다. 목회자에게 세금을 물리겠다는 정부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없이 세금을 내야 하는 입장으로 몰렸다. 그동안 목회자 세금 문제는 큰 이슈였다. 지난 정부에서부터 이 문제는 계속 이야기되어 왔다. 그런데 목회자 그룹이나 교단, 또 교계의 연합기관들이 별다른 대책 없이 시간만 보내왔다. 그러다 어느 날 기획재정부에서 확고하게 세금을 걷겠다고, 그리고 구체적으로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교계에서는 목회자는 노동자가 아니므로 세금을 못 내겠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목회자는 거룩한 직책을 감당하는 것이고, 먹고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니 교회에서 받는 사례는 근로소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정부에서 그렇다면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목회자들이 내야 하는 세율이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냉철히 따져보면 이것이 목회자들에게나 한국교회에 유익이 될 건가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맞으라
실리적인 측면에서 목회자들을 정기적인 소득을 얻는 근로자로 안 본다는 것은 오히려 손해다. 목회자의 80∼90%가 면세점 이하라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대부분의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일반적으로 세금을 낼 수 있는 수준 이하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세금을 내게 될 사람은 목회자의 10% 안팎일 것이다.
오히려 근로자로 인정이 안 되어 받게 되는 불이익들이 있다. 가장 기초적인 복지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실업수당 같은 경우다. 이외에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신용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인정을 못 받게 된다. 그래서 한장총에서는 오히려 정부가 목회자들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명분으로 기타소득으로 받아주고, 복지 혜택을 주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 주장에 따르면 목회자들에게 걷게 되는 세금보다 복지 혜택으로 돌아갈 예산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섬김과 희생을 명심해야
이러한 현실적 문제뿐 아니라 살펴보아야 할 부분은 더 있다. 우리의 태도를 사회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이다. 이미 천주교는 오래전부터 자진해서 세금을 내고 있다고 환영의 메시지를 냈다. 불교 역시 찬성 입장을 내놓았다. 천주교와 불교 성직자들이 세금을 낼 부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들이 모두 면세점 이하 수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굳이 종단 대표가 나서서 환영한다고, 기쁨으로 내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신교는 여러 가지 꼬투리를 내밀며 어떻게든 세금을 안 내겠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회가 다른 종교와 개신교를 비교해서 볼 때 어떤 느낌을 얻게 될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이 시간 우리의 이익을 살펴보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세상에 우리를 어떻게 보일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
또 하나, 목회자의 공공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목회자가 과연 오늘날 일반 근로자들과 다른 존재인가하는 것이다. 일반 성도들이 가족을 부양하고 자아를 실현하며, 이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해 직장에서 일하고 수고하는데 목회자들의 일은 그들과 다른가하는 질문이다. 목회자들은 성도들에게 목사뿐 아니라 모든 직업이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가르치고, 만인제사장설을 바르게 가르치면서 세금 앞에서 성직이라고 하며 구별하려는 것이 옳은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유명한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길을 가르쳐주셨다. 그것은 세상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세상 가운데 살며 세상과 구별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구별이 특권이 아니라 섬김과 희생임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