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성태윤] 신흥국, 충격과 위기 사이

입력 2013-08-27 17:31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지난 7월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다시 국제금융시장에 충격이 오고 있다. 핵심 내용은 고용 등 경제상황이 개선되면 양적완화를 축소한다는 것이다. 내용은 새롭지 않지만 논의가 계속된다는 사실이 양적완화 축소의 연내 실시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6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버냉키 쇼크’로 금융시장이 충격 받았는데도 7월 동일한 논의가 다시 공개됨으로써 양적완화 축소는 기정사실화됐다. 물론 진원지는 미국이지만 큰 영향을 받은 곳은 주요 신흥국이다. 일부 국가는 사실상 외환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위기 중심부에 있던 인도와 브라질뿐 아니라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까지 상황이 번졌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실시하면서 주요 선진국들은 낮은 금리를 보인 데 비해 이들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을 유지해 수익률 차이를 노린 국제투자자금이 크게 유입됐었는데, 이 자금들이 미국으로 환류되며 급격한 자금 유출로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신흥국의 경우 명목이자율이 높아도 투자위험이 커 그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금만이 유입되지만, 양적완화 과정에서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받은 선진국 금융기관은 충분한 자금이 있었기 때문에 웬만한 위험은 무릅쓰고 이자율 차이만 있으면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따라서 위기 발생지역은 최근까지 비슷한 경제상황의 국가에 비해 이자율 수준이 높아 해외투자자금의 국내 유입이 많았고, 그 결과 자국통화가 강세였던 국가이다. 더욱이 자국통화 강세로 수출이 부진해서 외환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경우는 문제가 더욱 크다. 외환보유고가 많아도 경상수지 흑자가 아닌 해외투자자금 유입에 의한 경우,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면 외환보유고로 막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 상황은 어떤가. 현재 당국에서는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외환보유고가 상당 수준이고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보여 추가적인 외환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신흥국 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들과 차별화될 수 있다는 논지이다.

그러나 이것은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는 국가부도에 처한 극단적 상황이다. 이러한 외환위기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신흥국 위기의 부정적 충격이 약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심지어는 일부는 신흥국시장에서 탈출한 자금이 우리에게 올 수 있다는 기대까지 갖는데, 이는 위험하다.

이렇게 국내에 유입되는 자금은 고위험 투자에 대한 선호를 가지고 있는 위기 전이의 채널이다. 양적완화가 축소되면서 미국으로 자금이 환류되기 시작했다는 자체가 일정 위험부담을 감당하는 자금은 선진국으로 흡수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상황에서 신흥국 투자자금으로 남는 부분은 고위험 투자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국내 경제는 오랜 실물경기 침체로 기업과 금융시스템의 부실화가 진행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가 위기 신흥국가와 차별화되어 있다는 논리가 아닌 부정적 충격에 대한 적극적 대비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자본 유입 부분이 아닌 경상수지 흑자의 안정적 관리를 통한 외환보유고 확보가 중요하다. 또한 실제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미국을 비롯해 주요 국제유동성 공급국가와 국제금융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통화정책의 적극적 활용을 포함해 기업과 금융시스템 부실화를 막기 위해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을 추진하고 해외 고위험 자금의 유입을 막을 수 있는 체제도 금융감독 강화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