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봉균 신세계상업사박물관 관장 “일제강점기 백화점은 現 백화점 원형”
입력 2013-08-27 17:25
신세계 백화점이 운영하는 신세계상업사박물관 배봉균(53·사진) 관장은 26일 전화 인터뷰에서 “1930년대 서울에 들어선 백화점은 현대 백화점의 원형”이라고 말했다. 운영 시스템이나 상품 전시 및 홍보 방식 등이 당시 만들어진 틀대로 이어져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1층인 저층에 식품과 잡화, 2, 3층에 의류, 고층에 식당가가 자리하는 매장 배치방식은 지금도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때도 백화점은 신문뿐 아니라 잡지, 정기간행물 등에 활발하게 광고하면서 이미지 광고도 했다. 화신은 ‘여러분의 백화점’을 조지야는 ‘산듯한 店, 사기좋은 店’을 내걸었다.
배 관장은 “백화점 자체가 근대를 손으로 만져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공간이었다”면서 “하지만 그저 쇼핑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문화시설이 열악했던 시절에 문화공간 노릇도 했다는 건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라고 했다.
배 관장은 백화점이 우리나라 근대 상업사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강조했다. 한반도에서는 3000여년 동안 시장이라는 전통적 업태가 이어져 왔는데, 1930년대 와서 들어선 백화점은 전통적인 영업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흥정과 에누리가 없이 정찰제를 실시하고 반품에 대해 교환도 해주는 방식은 당시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상업사박물관을 만든 것도 그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신세계상업사박물관의 의의와 관련해선, “상업사 연구가 과거 문헌에만 기초했다면 수집 유물을 통해 학계의 실증적인 연구를 뒷받침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신세계상업사박물관은 동전에서부터 상인들의 장부, 일제시대 백화점의 카탈로그 및 판매 상품 등 5000여점의 유물을 갖추고 있다. 구한말 서울 종로 수남상회의 30년 장부 기록은 보기 드문 귀한 자료라고 귀띔했다.
신세계상업사박물관은 1995년 경기도 용인의 신세계인재개발원 내에 만들어졌다. 일반인들에게 접근이 용이한 지역에서 재개관하기 위해 현재는 휴관 중이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