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중국… 한 자녀 정책서 U턴

입력 2013-08-28 01:50


중국이 늙어가고 있다. 인구 노령화에다 노동인구 감소가 이미 가시화됐다. 지난 30여년 동안 강력하게 추진해온 ‘한 자녀 정책’의 후유증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이로 인해 2015년을 고비로 ‘인구 보너스 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보너스 효과란 풍부한 노동력이 경제 성장에 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개념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0세 이상 노령인구는 1억9390만명. 전체 인구(13억5404만명) 중 14.3%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만 해도 1억2714만명에 달했다. 총 인구의 10%에 가까운 비율(9.4%)이다.

이 같은 추세는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즉 올해 말이면 60세 이상 노령인구가 2억명을 넘어서게 된다는 게 국무원 산하 전국노령공작위원회의 예측이다.

여기에다 2015년 2억2000만명, 2025년 3억명 초과, 2033년 4억명 초과 등의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노령인구가 매년 평균 1000만명 꼴로 증가한다는 추산이다. 이처럼 중국은 지구상에서 노령인구가 억 단위에 올라선 유일한 국가다. 더욱이 노령화 속도 또한 빠르다는 게 특징이다.

급속한 노령화는 당연히 노동인구 감소로 이어진다. 중국의 노동가능인구(15∼59세)는 지난해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15∼59세 인구수는 9억3727만명.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2%로 한 해 전보다 0.6% 포인트 감소했다. 인구수로는 한 해 전에 비해 345만명 줄었다. 2012년 1년 동안 출생한 인구는 1635만명으로 자연증가율은 4.95%였다. 낮은 인구성장률 추세가 계속된 것이다.

이뿐 아니라 남녀 성비 불균형도 심각한 형편이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2년 중국의 성비(여성 100명당 남성의 비율)는 117.7이나 됐다. 정상 범위인 102∼107을 한참 넘어선 수치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2020년 결혼 적령기 남성 수는 여성 수를 2400만명 초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2030년쯤에는 20∼40세 중국 남성 중 10%가 짝이 없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문제는 노동인구 감소를 변화시키지 않고는 경제성장 둔화를 피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위생계생위)는 이달 초순 1주일 사이에 세 번이나 ‘한 자녀 정책’과 관련한 입장을 밝혀 주목을 끌었다.

‘한 자녀 정책’이 올 연말 또는 내년부터 ‘단독이태(單獨二胎)’로 바뀔 것이라고 경제지인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가 지난 2일 위생계생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게 계기였다. 단독이태란 부모 중 한쪽이라도 독자일 경우 둘째아이를 허용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는 그동안 시행해온 쌍독이태(雙獨二胎·부모 모두 독자일 경우 둘째아이를 허용)에 근본적인 변화가 오는 것을 뜻한다.

위생계생위는 지난 6일 “적당한 시기에 생육 정책에 대한 조정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그 뒤 언론 보도가 앞서간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자녀 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루제화(陸杰華) 베이징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는 12차 5개년 계획에서 2015년까지 한 자녀 정책의 수정을 이미 약속했다”고 상기시켰다. 서우두(首都)경제무역대학 인구통계학자 황룽칭도 “한 자녀 정책 수정에 대해서는 위생계생위 고위 관리들 사이에서 의견 일치가 이뤄진 상태”라고 밝혔다.

만약 한 자녀 정책이 계속되면 중국의 노동인구가 2015년부터 매년 800만명씩 줄 게 된다는 전망이어서 이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 장이(張翼) 부소장은 “노동가능인구 감소는 인구 구조의 변화를 의미한다”며 “단독이태 정책 시행이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는 수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 루팅은 단독이태 정책이 실시될 경우 한 해에 신생아 950만명이 추가된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 자녀 정책 폐지가 노동인구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지나야 한다. 당장 노동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남녀 은퇴 연령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그렇더라도 한 자녀 정책 폐지는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는 가져올 수 있다.

현재로서는 중국공산당 18기 3중전회(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가 열리는 올 4분기나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한 자녀 정책 수정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런민(人民)대 인구 및 발전연구중심 구바오창(顧寶昌) 교수는 “쌍독이태에서 단독이태로 가는 게 인구 정책의 큰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