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동네작은교회

입력 2013-08-27 17:17


8월의 무더위 중에 우리교회 교육관에서 노화도라는 섬에서 온 어린이 20여명이 먹고 자면서 여름성경학교를 했습니다. 우리교회가 초청한 것은 아니고 단지 교육관 시설을 사용하도록 했을 뿐입니다. 그 섬 어린이들을 매년 초청하여 서울에서의 좋은 추억을 안겨준 주인공은 ‘동네작은교회’입니다.

‘동네작은교회’는 서초동의 우리교회 근처 방배동에 위치한 작지만 건강한 교회입니다. 김종일 목사님이 2007년 개척 설립한 교회입니다. 우리교회 소양홀에서 설립예배를 드린 그 교회는 4년 만에 네 개의 교회로 분립했습니다. 설립 당시 20명으로 시작하면서 교인 30명이 넘으면 분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었습니다. 그리고 출석교인이 40∼50명이 넘어서면서 원칙대로 분립을 시작했습니다. 분립된 네 개의 교회는 각각의 장소에서 각각의 말씀 사역자가 설교하는 독립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런 나눔의 사역은 공동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공부하며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에 눈을 뜬 김종일 목사님은 이 실험적 교회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으며 대안학교에 대한 비전도 갖고 있습니다.

작은 교회도 큰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귀한 사례입니다. 큰 교회를 지향하는 이유가 그래야 큰일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큰일은 규모가 커야만 큰일이 아니지요. 진정으로 큰일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규모가 작아도, 그리고 이름조차 작아도 주님이 보시기에 큰일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의식이 건강하고 꿈이 야무지면 큰 교회가 흉내도 낼 수 없는 일을 해내고 맙니다.

‘그까짓 일이 뭐 대수냐? 그것과 비교도 되지 않을 큰일을 얼마나 많이 하는데’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질이 다릅니다. 수준이 다릅니다. 물량적인 공세로 폼만 잡는 것이 아닙니다. 그 속에 주님이 살아계십니다. 그 곳에 화려하고 풍성한 것으로도 누릴 수 없는 색다른 감격이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희망을 이런데서 발견합니다. 이런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이 있고 이런 예쁜 일에 기쁨으로 동참하는 교인들이 있다는 것은 매우 큰 희망입니다. 교회에 대한 미래 예측이 그렇게 희망적이지만은 않은 때입니다. 그렇습니다. 큰 교회만을 지향하며 물질적 규모에 매달리는 한국교회 속에서 희망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건강한 구조와 가치를 지향하는 교회가 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것이지요.

크건 작건 건강한 교회만이 대안입니다. 덩치만 커가지고는 역사 속에 흔적만 남기고 멸종한 공룡처럼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동네작은교회’ 덕분에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웃으며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