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병원 제2병원 신축 '용두사미'
입력 2013-08-27 13:50 수정 2013-08-27 15:57
[쿠기 사회] 조선대병원이 추진 중인 제2병원과 순천병원 신축사업이 ‘용두사미’에 그치고 있다.
조선대병원은 27일 “지역민들의 의료수요 충족을 위해 2015년까지 1740억원을 들여 개원하려던 제2병원 건립사업이 3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당초 3차 진료기관의 기능을 확충하고 지역민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민간투자 방식을 빌어 제2병원을 건립하기로 했다. 2015년 KTX호남선 개통을 앞두고 이른바 ‘풍선효과’에 따라 광주지역 환자들이 대거 수도권 병원으로 원정진료 받으러 떠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당초 개원 40주년을 계기로 현재 700여 병상인 서석동 병원 5만1387㎡보다 배 정도 넓은 11만㎡의 면적에 1000여 병상의 대형병원을 추가로 세운다는 구상이었다.
병원 측은 이를 위해 지난해 건축전문가 등으로 병원신축을 전담할 실무추진단을 구성하고 이사회에 승인을 요청하는 등 구체적 절차를 밟아 나갔다. 직원들을 상대로 한 공청회를 열어 제2병원 설립 후보지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마륵동 공군탄약고 이전부지 등 2~3곳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됐다.
하지만 임기를 넘긴 대학법인 이사회가 올 들어 차기 이사진을 제 때 선출하지 못하고 장기간 표류하면서 병원 신축도 발이 묶였다. 이사진과 대학총장, 병원장 등 대학 운영의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병원건축위원회가 덩달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 이사회는 지난 3월19일 1000병상 규모의 신축병원 건립을 승인하기는 했으나 그 이상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이사들은 더 나아가 “2011년까지 흑자운영을 하던 병원이 지난해 50억원 가까운 적자로 돌아선 마당에 병원 신축은 어렵다”며 반대론을 신중히 제기하고 있다.
이 병원이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배후도시로 개발 중인 전남 순천시 해룡면 신대배후단지에 신축을 하려던 병원건립도 큰 암초를 만났다. 병원 측은 지난해 신대배후단지 시행사로부터 조성원가 220억원대, 거래가격 800억원대에 달하는 7만5000여㎡ 의료기관 부지를 무상 양도받기로 했다.
2012년 11월 시행사인 순천에코밸리㈜와 이를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데 성공한 병원 측은 거액의 땅값을 아끼게 됐다며 안도했다. 땅을 담보로 건축비를 대출받아 사실상 ‘공짜’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해당부지에 5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신축해 전남지역에 진출한다는 원대한 꿈에 부풀기도 했다. 병원 측은 이 곳에 병원은 물론 의대생들을 위한 교육시설도 건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의료부지 무상 양도를 위한 법적 절차가 꼬이면서 병원신축은 물 건너 갈 처지에 놓였다.
현행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관한 해석의 차이가 문제가 됐다. 이 법률의 시행령은 시행사가 의료부지를 국내 실수요자에게 처분할 경우 조성원가 또는 감정가격 이하로 매각할 수 있다고 애매하게 규정하고 있는 게 발단이 됐다.
이를 두고 시행사측은 ‘감정가격 이하’라는 문구가 사실상 ‘무상 양도’의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사업발주기관인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은 “무상 양도는 현실적으로 무리한 발상”이라며 직·간접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이다. 시행사 측이 유휴지에 대한 천문학적 세금부과를 피하고 인근 아파트 단지의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속이 훤히 보이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행사 측의 모회사인 광주지역 중견 건설사인 중흥건설㈜은 2011년부터 순천 신대지구에 단일지구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1만여세대의 아파트를 단계적으로 분양 중이다.
여기에는 순천과 여수, 광양 등 순천권 중소 종합병원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힘을 보탰다. 그동안 순천권 환자들을 도맡아 진료해온 이들은 조선대병원이 5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 문을 순천에서 열게 되면 환자 수 감소로 운영난에 처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 중소병원들이 공개적으로는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내심 조선대병원의 ‘순천권 진출’을 간절히 반대하는 이유다.
1971년 19개 진료과목에 200병상 규모로 문을 연 조선대병원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공식 지정병원에 이어 2004년 분당서울대병원 협력병원으로 선정됐다.
2000년대 이후 암센터와 심장혈관센터 등이 들어선 지상 4층 지하 4층 연건평 1만6198㎡의 전문진료센터 신관을 추가 개설했다.
현재 210여개의 병실에 710여 병상을 갖춘 호남지역 최고의 사립대 병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민영돈 조선대병원장은 “순리대로 모든 현안을 풀어갈 생각”이라며 “호남권 대표병원으로서 위상과 자존심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