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외풍에 역부족” 이임사 파장… 사실상 청와대 겨냥 발언

임기를 1년7개월 앞두고 전격 사퇴한 양건(사진) 감사원장이 26일 이임사를 통해 “외풍에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에 대한 외부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사실상 청와대를 겨냥한 발언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양 원장의 이임식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삼청동 감사원 제1별관 강당에서 열렸다. 이임사 곳곳에서 자신이 자진사퇴까지 해야 하는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불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양 원장은 “정부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다”는 말로 입을 뗐다. 이어 그는 이 같은 믿음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사퇴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었음을 털어놨다.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실토했다. 4대강 감사 결과 발표를 둘러싼 내부 갈등과 청와대의 감사위원 제청 요청 등에 대한 불편한 심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새 정부는 (이명박정부에서 임명됐던) 양 원장을 임기 보장 차원에서 유임했는데, 자신의 결단으로 스스로 사퇴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양 원장이 외풍을 이유로 대는데 외압이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제대로 조정하지 못한 데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반면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양 원장의 사퇴를 둘러싼 의혹 자체가 헌법에 대한 위협이자 도전”이라며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인 장훈 중앙대 교수가 공석인 감사위원으로 거론된 것과 관련, “장 교수가 감사위원직을 고사했다”고 밝혔다. 당분간 감사원은 성용락 수석감사위원의 감사원장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정부경 신창호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