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엔 영적갈증 해소, 아기엔 신앙축복… 서울 은혜산부인과의 아주 특별한 예배
입력 2013-08-26 18:36
지난 22일 서울 대조동 은혜산부인과 예배실. 66㎡(20평) 정도의 공간에 20여명의 엄마들이 한두 살짜리 아기들과 함께 앉아 예배를 드렸다. 배냇저고리와 속싸개에 쌓인 신생아를 품에 안은 산모 5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캐릭터 머리띠를 한 간호사들이 강단에서 유아용 찬양을 율동과 함께 부르자 아기들도 눈을 반짝이며 집중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들도 저마다의 몸짓으로 율동을 따라했고, 태어난 지 보름도 안 된 신생아들은 엄마 품에서 찬양을 들으며 곤히 잠들었다. 엄마들은 아이를 꼭 안고 ‘너는 하나님의 최고의 작품’ ‘당신은 참으로 귀한 하나님의 사랑’이라며 축복의 메시지를 나눴다.
예배 기도를 맡은 규선이 엄마는 “우리 가족의 삶에서 예배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시고, 우리 자녀들이 주님의 사랑을 나누면서 살게 해 달라”며 “아이를 섬기는 귀한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힘과 능력과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
이 병원 장부용(60·여) 원장은 ‘선한 사마리아 사람’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늘 성경을 묵상하며 하나님께서 하시는 말씀에 귀 기울이고 우리 자녀들이 하나님 안에서 겸손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이들의 마음에 말씀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초 출산한 황은미(43)씨는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이와 예배의 소중함을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은혜산부인과의 ‘엄마랑 아가랑 예배’에는 이 병원 산후조리원에서 몸을 풀고 있는 산모들은 물론 1∼2년 전 아기를 낳은 엄마들까지 참석한다. 어린이집에도 보내기 어려운 한두 살 아기들과 함께 평일에 예배드릴 수 있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처음 이 예배를 드리기 시작한 것은 신생아 산모들을 위해서였다. 이들은 출산 후 2∼3주 동안 집이나 산후조리원에서 감정적으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낸다. 장 원장은 산모들의 영적 갈증을 해소하고, 세상에 막 나온 아기를 신앙 안에서 키우기 위해 2005년부터 8년째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에 예배를 드리고 있다. 산모들을 영적으로 섬기기 위해 서울기독대에서 목회학 석사과정까지 밟았다.
지난주 둘째아이를 출산한 최자현(35)씨는 “아이를 낳으면 한 달 동안 교회는 물론 집 밖에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아 영적으로 궁핍했다”며 “몸도 마음도 힘든 시기에 병원에서 함께 예배를 드려줘서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출산한 전성미(29)씨는 “원래 교회에 다니지 않지만 아이를 위해 기도해 준다고 해서 찾아왔다”며 “제 아이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