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상풍, 치료약 없어… 성인도 예방접종 필수

입력 2013-08-26 18:35 수정 2013-08-26 17:08


예방접종이라고 하면 어린 아이들에게만 해당된다고 여겨 소홀히 하기 쉽다. 어린 시절에 이미 예방접종을 받았기 때문에 추가로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B형 간염과 인플루엔자(독감)를 제외하곤 성인예방접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어렸을 때 맞은 예방백신의 효력이 떨어지고 면역력도 약해지면서 사망하는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어 경종을 울린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올여름 50대 이후 장·노년층을 중심으로 대상포진 및 포진 후 신경통 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도 유례없는 폭염에 의한 면역력 약화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가오는 가을철을 맞아 성인들이 놓치기 쉬운 예방접종에 대해 경희대병원 감염내과 이미숙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파상풍 백신… 성인 예방접종의 기본=성인예방접종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파상풍(Td) 백신이다.

파상풍은 ‘클로스트리디움 테타니’라는 세균 감염으로 생기는 병이다. 감염 시 근육이 마비돼 얼굴 피부가 떨리는 특유의 안면경련 증상이 일어난다. 또 등 근육 수축으로 몸이 활과 같이 휜 채 굳어버리는 척추강직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병에 걸리지 말아야 할 이유는 아직도 변변한 약이 없어 신생아와 노약자의 경우 감염 시 100% 사망하고, 일반 성인도 사망률이 25∼75%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병이기 때문이다. 다만 백신이 개발돼 있어 예방은 가능하다.

이미 파상풍 예방백신을 맞은 적이 있는 성인은 10년마다 한 번씩, 아직 한 번도 맞지 않았거나 접종 사실이 불분명한 경우라면 일단 3회 접종 후 10년마다 재접종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국내엔 접종 시 디프테리아와 백일해도 동시에 예방이 가능한 혼합백신이 2004년부터 시판되고 있다.

◇예비 산모는 풍진백신 접종도 중요=올가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는 특히 풍진 바이러스 감염을 경계해야 한다.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드문 질환이기는 하나 임산부가 감염될 경우, 특히 임신 첫 3개월 이내에 감염되면 태아에게 선천성 풍진증후군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선천성 풍진증후군은 유산은 물론 태아기형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대한감염학회가 풍진 예방백신을 맞아본 기억이 불확실하거나 검사 상 항체가 없는 것(음성)으로 나온 예비 신부를 우선접종 대상으로 권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백신은 연중 접종이 가능하고, 1회 접종으로 종결된다. 단 임신 중일 때는 안 된다. 풍진 예방백신 접종 후 3개월 안에는 임신을 하지 말아야 한다. 태아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0세 이후 성인은 간염백신 접종 필수=간염, 특히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출생 전후 모자 간 수직감염과 남녀 간 성적 접촉으로 전파된다. 따라서 성관계를 갖기 시작하는 20대 이후엔 자신이 항체를 갖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음성 판정을 받은 경우 B형 간염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성인이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수주일 정도 약간 피로한 증상을 보이다가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95% 이상이다. 인체가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며 물리치는 과정에서 항체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B형 간염백신 접종도 같은 원리로 예방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없을 경우 발생하는 B형 간염은 간 기능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간경화 또는 간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간암의 70%는 B형 간염 때문에 발생한다. B형 간염 백신은 3회 접종이 기본이다. 이후 재검사에서 항체 생성률이 10mIU/㎖ 이하에 그칠 경우 한 번 더 접종해야 한다.

◇65세 이상 어르신은 매년 독감백신 접종 필요=65세 이상 어르신의 경우 날씨가 본격적으로 서늘해지는 9∼11월 폐렴구균 백신과 독감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 독감에 의한 폐렴과 폐렴구균에 의한 ‘균혈증’ 발생 시 사망률이 60%에 이르기 때문이다.

주의할 것은 폐렴구균 백신은 1회 접종으로 평생 면역이 유지되지만, 독감 백신은 해마다 재접종해야 한다는 점. 치명적인 균혈증을 유발하는 폐렴구균은 변종이 없는 반면 독감의 경우 변종이 많아 해마다 유행하는 바이러스 유형이 바뀌는 까닭이다. 두 백신은 접종 후 일시적 통증, 부종 등의 반응이 일어날 수 있지만 대부분 48시간 이내 소멸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