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골집서 개 짖을 때마다 재녹음했죠”… 11년 만에 정규 앨범 내는 ‘포크 여제’ 장필순
입력 2013-08-27 00:14
싱어송라이터 장필순(50)은 2005년 7월 돌연 서울을 떠나 제주로 내려갔다. 그는 제주시 애월읍 읍내에서 한참을 가야 나오는 깊은 산 속에 터를 잡았다. 혼자만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이다. 텃밭을 일구고 강아지와 고양이를 새 식구로 들였다. 겨울이 오면 장작을 팼고 커피는 직접 내려먹었다.
그렇게 8년이 지났다. 간간이 서울에 올라와 공연을 열고 2009년 기타리스트 함춘호(53)와 CCM 음반을 낸 걸 빼면 그의 제주 생활은 은둔의 삶이었다.
27일 발매되는 장필순 7집 ‘수니(Soony) 7’은 그가 6집(2002년) 이후 11년 만에 내놓는 정규 앨범이다. 최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장필순은 “그동안 너무 놀았던 거 같다”며 연신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제주에 처음 내려갈 때만 해도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시골생활은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제 정서에 맞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면 강아지랑 인사하고 텃밭에 물을 주고…. 그런 단순해진 삶에 푹 빠져 8년을 보낸 거죠.”
앨범 준비에 본격 착수한 건 지난해 연말이었다. 오랜 음악 동료인 조동진(66) 조동익(53) 이규호(39) 등으로부터 곡을 받고, 이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새 음반을 만들어나갔다.
“제가 강아지 6마리, 고양이 1마리를 키우는데, 레코딩의 90%를 제주 집에서 하다보니 동물들이 다 잘 때 녹음을 해야 했어요. 녹음을 한창 진행하다 중간에 개가 짖으면 노래를 끊어야 했죠. 저희 집 주변에 노루가 많은데, 개들은 노루가 나타나면 반사적으로 짖거든요(웃음). 돌이켜보면 노래를(녹음을) 잘하고도 개 짖는 소리가 들어가서 버려야 했던 경우가 많았어요.”
음반엔 짙은 감성이 묻어나는 노래 총 9곡이 담겼다. 장필순이 앨범에서 꼽는 추천곡은 조동진이 작사·작곡한 ‘눈부신 세상’. 삶을 찬미하는 메시지가 녹아있는 노래다. ‘거리마다 춤추는 유혹처럼/ 우리 빛나는 오늘 하루처럼/ 눈부신 세상 눈부신 세상/ 눈부신 세상 내가 태어나 사랑한 곳….’
“조동진 선배한테 수년 전부터 얘기했어요. 내가 언젠가 노래를 다시 하게 되면, 선배의 이 곡을 꼭 앨범에 넣고 싶다고. 어찌 보면 제가 이번 음반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가 담긴 곡이기도 해요.”
1982년 여성 듀오 소리두울 멤버로 데뷔한 장필순은 국내 여성 포크 음악계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다. 1989년 1집 ‘어느새’를 발표한 이후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등의 곡을 히트시킨 그는 매 음반 확고한 자기 세계를 보여주며 평단의 격찬을 이끌어냈다. 장필순은 “선배가 되니 어쩔 수 없이 사명감을 느낀다. 후배들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7집 발매를 기념하는 콘서트는 앨범 발표 한참 뒤인 11월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열린다. 장필순은 “연습을 많이 해야 돼 공연을 한참 뒤에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연주자와 제가 한 마음이 돼 무대에 서고 싶어요. 각자 악보만 보며 음악 따라가기에 급급한 공연이 되면 안 되잖아요?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음반과는 다른 차원의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콘서트를 열고 싶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