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캠코 왜 이러나… 임직원-감사 집안싸움 점입가경

입력 2013-08-27 05:03


국민행복기금 사업 등 박근혜정부의 핵심 서민금융 대책들을 담당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임직원과 감사실이 서로 헐뜯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감사가 공직자 행동강령을 어겼다며 사장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자마자 피감(被監) 임직원들도 감사와 감사실 직원들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무더기로 신고했다. 캠코의 이전투구로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입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캠코의 행동강령책임관(성과관리실장)을 포함한 임직원 다수는 지난 22일 송기국 감사 및 감사실장, 감사실 직원들을 권익위에 신고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지난달 감사실이 국민행복기금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 대해 특정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에게 각종 부당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 신고 이유다. “국민행복기금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정업체를 밀어준 의혹이 있다”며 송 감사가 캠코 장영철 사장을 권익위에 신고한 지 1개월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캠코 감사실은 지난달 4∼19일 용역기관 선정 관련 내부 특정감사를 벌여 입찰 방식이 바뀌는 등의 일부 부적절한 업무 실태를 적발했다(8월 19일자 1·6면 참조). 하지만 감사실은 의도적으로 특정업체를 밀어준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

이에 캠코 임직원들은 결국 감사실이 스스로 의혹을 키우고 과잉 감사를 자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감사실이 특정감사 과정에서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밀어준 부분을 시인하라”며 진술서에 서명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피감 직원을 10시간씩 집에 가지 못하게 하며 사실상 ‘감금’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감사실이 피감 직원들의 2개월치 통화내역을 조회한 일도 폭로됐다. 한 캠코 관계자는 “감사실이 총무부 직원에게 문서도 아닌 구두로 지시, 헌법상 기본권을 어기고 통화내역 자료를 뽑아갔다”고 주장했다.

감사실이 행동강령책임관의 컴퓨터와 사무실을 봉인하려고 시도한 것도 신고됐다. 행동강령책임관은 공공기관 임직원이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는지 판단하는 역할을 맡는다. 통화내역 조회 등 강도 높은 감사에 대한 임직원의 불만이 높아지자 행동강령책임관은 감사실 직원들을 역조사하려 했고, 감사실이 이에 반발하면서 벌인 일이다.

캠코 임직원들은 감사실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해 있다. 캠코 부장급 직원과 노동조합은 최근 “장 사장은 공직의무 위반 의혹이 없다” “감사실은 과잉감사 논란에 대해 응답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특정감사 착수 자체에 대해서도 의혹을 가질 정도다. 한 임원은 “국민행복기금 용역기관 선정 입찰 결과가 오후 7∼8시에 통보됐는데 다음날 오전 감사원으로 무기명 투서가 들어갔고, 감사실은 작전을 펴듯 신속하게 특정감사를 실시했다”며 “이후 기금 관련 업무는 마비되다시피 했다”고 토로했다.

임직원과 감사실의 이례적인 사내 내홍에 대해 금융권은 말이 많다. 일각에서는 송 감사가 코앞으로 닥친 임기만료를 앞두고 감사 실적을 쌓으려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송 감사는 10월, 장 사장은 11월 임기가 만료된다.

캠코의 한 임원은 “이번 특정감사는 공공기관 국정감사를 앞두고 송 감사가 이슈를 만들어 보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반감을 표출했다.

이 임원은 “내부 단속에 철저해야 할 감사의 본분을 존중해야겠지만, 내부에서는 ‘송 감사가 아직도 감사원에 있는 줄로 착각하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이경원 한장희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