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이집트 자충수… 유혈 강경책에 벼랑 몰렸다
입력 2013-08-27 05:08
민간인을 대거 죽음으로 몰고 간 시리아와 이집트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급속히 고립무원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비난 여론을 의식해 대외적으로 유화적 자세를 보이면서도 국내에서는 시민을 힘으로 억누르는 무력 정치를 계속 밀어붙이는 탓이다.
민간인을 화학무기로 공격했다는 의혹을 받는 시리아 정부는 25일(현지시간) 유엔의 현장조사를 허가했지만 한층 악화된 국제사회 여론을 가라앉히기는 이미 늦은 상황이다.
그동안 신중론을 앞세워 미적대던 미국까지 나서서 시리아 군사 공격을 계획 중이라는 사실은 시리아 정부군의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됐다는 뜻이다. 인권활동가들이 현지에서 인터넷에 올린 피해 현장 영상으로 화학무기 사용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 정부의 유엔 현장조사 수용에 대해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입장이다. 지난 21일 화학무기 참사 이후 시리아 정부는 현장조사를 거부하며 의혹을 키웠다. 자신들 소행이 아니라 정부군을 모함하기 위한 반군의 모략이라는 반박은 일방적 주장으로만 여겨졌다.
미국과 영국 등은 시리아 정부가 현장조사를 거부한 4일간 증거를 은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시리아 정부군은 화학무기 사태 이후에도 피해 지역에 대한 공격을 계속 감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정부의 국제적 고립은 그간의 전력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군은 그동안 반군을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여자와 어린이를 가리지 않고 민간인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강행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올해 2∼7월 시리아 정부군이 실시한 9차례의 미사일 공격으로 민간인이 최소 215명이 숨졌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희생자는 무장 반군이 아닌 현지 주민으로 절반가량인 약 100명이 어린이였다.
이집트 과도정부도 시리아와 마찬가지로 고립이 심해지고 있다. 과도정부를 지원하는 군부는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인 반정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해 10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퇴진 시위 때보다 많은 사람이 죽은 데다 시위와 무관한 사람이 상당수다.
하지만 이집트 군부와 과도정부 역시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무력진압이 불가피하고 정당한 조치였다며 모든 문제를 시위대 책임으로 돌렸다.
하젬 엘 베블라위 총리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겨우 수백명이 죽었을 뿐”이라며 “내전도 두렵지 않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유럽연합(EU)은 이집트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하고 이집트와의 관계를 재고키로 한 상태다.
이집트 군부는 이후에도 시위 주도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의 의장과 대변인을 비롯해 주요 간부와 조직원을 대거 체포하는 등 단체를 와해시키는 수준으로 압박했다. 무바라크를 석방시킨 것도 국제사회가 쉽게 이집트 과도정부를 납득하지 못하는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