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靑은 명분 주고, 野는 의제 유연해야

입력 2013-08-27 05:25

朴언급에… 靑 5자 회담-野 양자 또는 3자 고수

경색정국을 풀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회담이 될 듯 말 듯하면서도 형식과 의제에 발목이 잡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양측 모두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테이블에 무엇을 올릴지, 누가 앉을지를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민생안정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민생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야당이 주장하는 국가정보원 개혁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며 “우리 안보를 책임지는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조직 개편을 비롯한 국정원 개혁이 벌써 시작됐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국정원을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제에 민주당이 요구하는 대통령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은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작금에는 (야당이) 부정선거까지 언급하는데 저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며 “오히려 저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비리와 부패의 관행을 보면서 그동안 (지난 정부들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을 정도로 비애감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회담 형식을 대통령,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가 만나는 5자로 재차 못 박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언급은 민생과 연결시킨 5자 회담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당장 민주당은 청와대가 원하는 대로는 만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민생에 관한 의제’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형식도 “공식적 제안이 오면 수락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5자 회담은) 이미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결국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한 셈이 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9월 정기국회에서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고, 민주당도 장외투쟁을 무한정 이어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3자 회담을 수용하고, 야당은 의제에서 유연함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거리로 나간 제1야당에 복귀 명분을 줘야 한다”면서 “중간지대를 찾아 ‘회담 형식은 3자, 의제는 양측이 원하는 국정원 개혁과 민생법안 모두 포함한다’는 등의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성수 유성열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