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애견팔자도 양극화
입력 2013-08-27 01:29
지난 19일은 A씨(25·여)의 ‘아이’가 한 달에 한 번 미용과 스파를 하는 날이었다. A씨는 서울 동교동의 ‘숍’에 아이를 데려가 약 10만원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도록 했다. 아이가 스파를 즐기는 동안 A씨는 숍 한쪽에 진열된 유모차를 골랐다. 가격은 하나에 30만원 선. 그는 슬개골 탈골로 다리가 불편한 아이를 위해 유모차 구입을 결심했다. 스파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간식 시간이다. A씨가 준비한 간식은 100g에 1만8000원인 무염 치즈였다.
이렇게 하루를 보낸 ‘아이’는 세 살 애완견 말티즈다. A씨는 “‘가족’을 위해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 사람이 잘 먹고 예쁜 옷을 입기 원하듯 우리 아이도 귀하게 기르고 싶다”고 말한다.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사회를 반영하듯 장기화되는 불황에 애견의 운명도 양극화되고 있다. A씨의 말티즈 사례처럼 고급 애견 상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반면 유기견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애완견을 기르는 가구의 비율은 2006년 22.1%에서 지난해 16%로 감소했다. 애완견 수도 2006년 655만 마리에서 지난해 439만 마리까지 줄었다. 그만큼 사육비용을 감당키 어려워 버려지는 개가 늘어났다. 2002년 1만68마리이던 유기견은 지난해 5만9168마리가 됐다.
애완견 수는 줄었지만 고가 애견용품 매출은 급성장세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의 지난해 고가 애견용품 매출은 2011년에 비해 100% 늘었다. 유기농 사료 매출은 4084%나 폭증했다. 요크셔테리어 ‘깜비’를 기르는 박모(25·여)씨는 수차례 무릎 수술을 받은 강아지를 위해 관절에 좋다는 특수 사료를 먹이고 8만원짜리 재활운동용 강아지계단도 구입했다. 해마다, 철마다 독특한 애견용품이 등장해 유행하기도 한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 여름엔 쿨매트와 애견 선글라스인 ‘도글라스’가 인기다.
애견문화의 양극화는 인간사회의 양극화와 맞닿아 있다. 한동대 심리학과 신성만 교수는 “딩크펫(DINKpet·자녀 대신 애완동물을 키우며 애정을 쏟는 사람)은 관계의 결핍이 표출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그 정도가 지나치면 일부 계층에는 ‘불편한’ 사회현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전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