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2승 LPGA 새 역사… 16세 리디아 고 캐나다오픈 2연패 쾌거

입력 2013-08-26 18:05

그녀가 또 한번 일을 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최고의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사상 첫 2승을 거둔 것이다. 지난해 최연소 LPGA 투어 우승기록이 그저 일회성이 아님을 입증한 것이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6·한국이름 고보경)는 26일(한국시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끝난 LPGA 투어 캐나다오픈에서 15언더파 265타를 적어내 2위 카린 이셰르(프랑스·10언더파 270타)를 5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해 최연소 투어 우승 기록(당시 15세4개월2일)을 세운 리디아 고는 대회 2연패에 성공하며 프로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LPGA 투어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2승을 거둔 것은 리디아 고가 처음이다. 리디아 고는 이 대회 2승을 포함, 유럽투어 뉴질랜드여자오픈, 호주투어 뉴사우스웨일스 오픈 우승 등 프로대회에서 4승을 수확했다. 하지만 아마추어 신분이기 때문에 8억원에 가까운 상금은 2위 프로선수들에게 돌아갔다. 이번 우승으로 리디아 고는 세계랭킹 19위에서 7위로 뛰어올랐다.

랭킹에서 보듯 그의 실력은 항상 꾸준했다. 프로 대회에 처음 출전한 2010년 뉴질랜드 여자오픈부터 이번 대회까지 24개 프로 대회에 출전해 한 번도 컷 탈락을 하지 않을 정도였다.

대회장인 로열 메이페어 골프장 회원으로 리디아 고의 골프백을 멨던 브루스 맥밀런은 “그녀가 어리지만 골프 실력에 경외감을 느낄 정도였다”고 극찬하면서 “경기 템포와 스윙이 일정하고 꾸준한 선수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과 호주 여자아마추어대회를 휩쓸었고 세계 아마추어선수권대회 개인전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US오픈에서 메이저 대회 데뷔전을 치른 리디아 고는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에 6차례 출전해 올해 US오픈을 제외한 5개 대회에서 모두 아마추어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영국왕실골프협회(R&A)가 한해 최우수 아마추어에게 주는 매코맥 메달도 3년 연속 받았다.

프로전향 시기와 관련, 리디아 고는 “16세는 아직 그런 결정을 하기에는 어린 나이”라면서 “프로가 된다면 매 샷이 돈으로 계산되는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인 만큼 부모님과 상의해 좋은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상금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우승 기회는 앞으로도 더 있을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박세리 선수가 US오픈에서 처음 우승할 때의 장면을 여러 번 돌려봤다”는 그는 “영감을 받았고 한국 선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