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감사원 <下>] “헌법에 독립성 명시됐지만 현실에선 이상론에 가까워”
입력 2013-08-26 18:04
모든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헌법기관으로 감사원의 중립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감사원이 스스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적으로 청와대에 소속돼 있지만 활동을 할 때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말고 독립성을 갖고 활동해야 한다는 얘기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은 26일 “감사원 조직이 대통령에 속해 있는 건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지만 일단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해서 조직이 완성됐다면 그 후의 활동은 감사원이 독자적으로 행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라고 감사원에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사원장이 임기 중에 물러나는 사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감사원장이 임기를 못 채우는 이유는 조직뿐만 아니라 기능까지 청와대에 예속돼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는 “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헌법기관의 장인 감사원장이 바뀌는 이유는 아직 우리나라가 완전한 내재적 민주주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겉으로 보이는 법과 제도는 모두 갖춰져 있으나 제대로 실행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대통령과 청와대는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고 감사원 등의 기관은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일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사원 조직이 대통령에 속해 있다는 것 자체가 한계라는 지적도 나왔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 하에 있다는 것 자체가 양날의 칼”이라며 “행정부를 감사할 때는 큰 도움이 되지만 정작 대통령과 관련된 부분의 감사를 할 때는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원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건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이상론에 가깝다”며 “(청와대가) 대선에 관여했던 사람을 감사위원으로 인선하라는 요구가 반복되는 것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을 본질적으로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계 일부에선 감사원 독립을 위해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거나 독립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성 교수는 “감사원 기능의 국회 이관은 자칫 더 정치적으로 쟁점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차 교수는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처럼 아예 독립기관으로 만드는 것이 해결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정승훈 정부경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