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 주체 누구냐”… 정치권 벌써부터 공방 가열

입력 2013-08-26 18:04 수정 2013-08-27 13:55

26일 양건 감사원장의 이임사를 놓고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실제 ‘외풍’이 있었는지, 외풍의 주체는 누구인지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벌써 공방전이 시작됐다.

양 원장은 이임사에서 “감사 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뭐니 뭐니 해도 직무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다.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면서 비교적 강한 어구를 사용했다. 이어 ‘외풍’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재임 기간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외부의 압력이 있었고, 그로 인해 공정한 감사에 차질이 빚어졌음을 시사했다. “공직을 처음 맡았을 때 품었던 푸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떠난다”며 불만족스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양 원장의 사퇴 배경에 대해 말을 보탰다. 김 총장은 “임명 제청에 있어서 좀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양 원장이 티타임에서 ‘감사원 독립성은 제도상 문제가 있다. 대통령 소속이어서 직무상 독립이라는 말에 어폐가 있다. 어떡하라는 말이냐. 구조적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 원장이 감사원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 불만이 많았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양 원장 발언에 즉각 유감을 표한 청와대는 양 원장 사퇴가 새 정부 내부의 권력투쟁 또는 인사 갈등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퇴와 관련한 각종 추측성 보도와 청와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4대강 감사 결과 번복 논란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전체적으로 신뢰를 잃은 양 원장이 ‘정치적 희생양’을 자처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분석이다.

여당 내부에서는 친박근혜계와 친이명박계를 막론하고 양 원장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친박계 한 의원은 “논란을 초래한 4대강 감사도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본인이 해 놓고 이제 와서 외풍이 어떻고 외압이 어떻고 얘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이계 내에서도 “양 원장이 자초한 결과”라는 목소리가 높다.

야당은 청와대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감사원을 흔드는 외풍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청와대가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춘석 의원도 “감사원에 외풍을 넣을 수 있는 기관은 청와대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