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시장 진단] 투기성 자금 유출입 견제 근본적 대책 필요한 때다
입력 2013-08-26 18:05
최근의 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와 관련,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경제체질이 탄탄해 위기 영향을 적게 받고 있지만 1997년 방심 끝에 맞이한 외환위기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동남아시아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해외자금이 급격히 이탈할 수 있기 때문에 투기성 자금의 유출입을 견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규제를 대폭 완화한 우리 금융시장은 이른바 ‘ATM(현금입출금기) 코리아’로 비유된다. 그만큼 외국 자본의 유출입이 자유로운 편이어서 금융위기가 발발하면 거센 후폭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실제 외환위기 때는 5개월 사이 214억 달러가,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역시 5개월 사이에 695억 달러가 유출됐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과 동남아의 금융 불안이 겹칠 경우 이와 같은 급격한 자금 유출이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26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해외채권형펀드 설정액은 7조2863억원으로 3개월 전 8조9509억원보다 1조6647억원(18.6%)이나 감소했다. 신흥국채권펀드 설정액이 5014억원 감소한 것은 물론 글로벌채권펀드(4228억원), 아시아퍼시픽채권펀드(571억원), 글로벌하이일드채권(571억원) 등에서 일제히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신흥국 통화가치의 하락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선 것”이라며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국내 자본시장에서의 자금 유출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폭락한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해외 채권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545억원에 달한다.
세계 금융시장이 ‘기침’을 할 때마다 우리는 몸살로 앓아눕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선물환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 이른바 ‘외환규제 3종세트’를 중심으로 투기성 자본의 유출입을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출구전략 여파가 수년간 이어질 것을 감안하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근본적이고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또 자본 유출을 우려해 그동안 도입이 미뤄졌던 한국형 토빈세 도입 등 투기 자금의 입성을 막기 위한 제도 도입도 요구된다. 정부가 올 초 도입 의지를 밝혔던 한국형 토빈세는 외환거래에 세금을 물려 단기성 투기자금인 ‘핫머니’ 유입을 차단하는 장치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