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해법은 先黨 아닌 先民에 있다
입력 2013-08-26 17:52
권력의 중심을 군에서 당으로 이동시키려는 북한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군이 전 분야에서 선도했던 김정일 시대의 선군(先軍)정치에서 탈피해 당을 통해 권력을 행사하는 선당(先黨)정치로의 전환이다. 선당정치에 대해 대북문제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가 안착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군사적 대결에서 벗어나 협력을 중시하겠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 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중요한 결론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당이 중대사안을 결정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김정은이 지난 25일 선군절을 맞아 노동신문 등을 통해 밝힌 ‘김정일 동지의 위대한 선군혁명사상과 업적을 길이 빛내여나가자’는 담화에서 정작 방점을 둔 것도 선군이 아닌 선당이었다. 그는 당을 “혁명 승리의 가장 중요한 담보”로 규정하고, 군에 대한 노동당의 영도를 강조했다. 지난해 김정일의 핵심 측근이자 군 실세였던 이영호 총참모장의 숙청은 당이 군 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숙청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결정됐기 때문이다.
김정은과 북한 당국은 군 주도로 이뤄진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같은 군사적 모험이 가져온 건 ‘강성대국’ 건설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고립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김정은이 마식령스키장 건설 및 원산관광특구 개발 등 경제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북한 스스로나 남북관계 발전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북의 가장 큰 경제협력 파트너는 남(南)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은 경계해야 한다. 북한은 예측 불가능한 집단이다. 언제든 자신들 입맛에 따라 국제사회와의 약속도, 우리와의 신뢰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게 북한이다. 선군이 그랬듯 선당도 정답이 될 수 없다. 선민(先民)이 답이다. 김정은과 북한 당국이 경제난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주민을 최우선시하는 선민정치를 펴도록 우리와 국제사회의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