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FX사업 미래 내다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입력 2013-08-26 18:50
예산 때문에 성급하게 결정하는 것은 근본 망각
3차 차세대전투기(FX) 도입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실상 단독후보로 결정된 미 보잉사의 F-15SE의 성능 때문이다. 통일 이후 잠재 위협국에 대해서도 공중 작전이 가능하려면 레이더에 포착되는 면적이 최소화되는 스텔스 기능이 뛰어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F-15SE는 이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 총비용 8조3000억원으로 정해진 예산 범위에서 선택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경쟁 기종인 미 록히드마틴사의 F-35A나 유럽항공방위우주연합(EADS)의 유로파이터는 예산 범위를 초과해 입찰했기 때문에 최종 선정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이번에 응모한 전투기 가운데 스텔스 기능이 가장 뛰어난 기종은 F-35A로 알려져 있으며 다른 기종들은 스텔스 성능이 거의 없거나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예산 부담만 없다면 록히드마틴사가 선택됐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말이다.
사실 국가 수입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도 국민들의 복지 기대 수준은 나날이 높아가는 현실에 비춰볼 때 국방 예산만 무한정 올릴 것을 주문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또 통일이 오늘내일 당장 이뤄져 러시아나 중국 일본이 위협국으로 금방 현실화되는 것도 아닌 마당에 FX사업 예산만 늘리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한 뒤 우리 공군의 요구에 부합하는 성능을 갖춘 전투기를 구입하는 방안이 고려됐으면 한다.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를 들여 앞으로 40년 가까이 우리 영공을 지킬 전투기를 도입하는 사업인 만큼 미래를 내다보고 신중하게 결정돼야 할 것이다. 전투기의 성능은 물론이려니와 얼마나 우리가 전투기 생산 기술 이전을 받을 수 있는지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 과거처럼 우리 기술자들이 전투기 근처에도 오지 못하도록 막으며 기술을 넘겨줄 생각이 전혀 없는 항공사는 배제돼야 한다. 단지 가격을 가장 싸게 제시했다는 점이 선정 이유의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특히 스텔스 기능이 강화된 첨단 전투기를 경쟁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잠재적 위협국가에 대비하는 것 못지않게 핵으로 위협하는 북한을 압도할 능력도 중요한 요소가 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는 실전경험이 풍부하고 기술이전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유로파이터가 매력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제시한 가격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어쨌든 방위사업청이 적격으로 판정한 F-15SE가 적합한지 여부는 다음달 중순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판단만 기다리게 됐다. 보잉사도 운영유지비 과다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기 위해 홍보전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이유가 제시됐으면 한다. 이와 함께 당국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공군과 소통 부족은 없었는지, 무사안일의 관료주의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심각하게 점검해보기 바란다. 깔끔한 결정으로 방사청의 존재 이유가 확인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