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산심사 안중에도 없는 정치권
입력 2013-08-26 18:44
정부 결산안 심사를 위한 국회 상임위가 26일 열렸지만 첫날부터 공전됐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과 관련해 장외투쟁 중인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소집 요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산 심사는 행정부가 국민 세금을 전년도에 적정하게 사용했는지를 따지는 절차다. 심사 과정에서 밝혀진 예산 낭비나 부적절한 사용 등은 다음 해 예산안 심의에 반영된다. 따라서 결산 심사가 꼼꼼하면 예산안 심사도 충실해진다. 반면 결산 심사 부실은 행정부의 예산 집행을 그대로 용인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국회는 2003년 국회법을 개정해 조기결산심사제도를 도입했다. 결산 심사가 정기국회 내에 이뤄지면서 국정감사나 대정부 질문 등 다른 국회 일정에 밀려 형식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국회법 128조의2에 따라 국회는 9월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까지 전년도 결산안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2004년 도입된 조기결산심사제도는 2011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저런 정치적 사안에 휘말려 일정이 밀렸기 때문이다.
올해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결산 시한이 목전인데 민주당의 불참으로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 결산을 시작하더라도 상임위 예비심사와 예결위 종합심사, 본회의 의결에 전문가 공청회까지 거치려면 시간이 부족해 부실 심사가 불 보듯 뻔하다. 결산 심사 부실은 행정부 예산 집행을 감시하는 입법부의 고유 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결산 심사 시한을 어기는 것은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다.
국회는 결산 심사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 특히 민주당은 결산국회에 즉시 동참해야 한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국회와 광장의 균형이 깨지지 않게 노력할 것”이라며 국회와 장외집회 병행 방침을 밝혔다. 장외투쟁을 이유로 결산을 늦추는 것은 이런 방침에 어긋난다. 고유 책무를 유기하고 법정기한 준수를 우습게 여기는 국회가 다른 기관의 개혁을 촉구하는 게 국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민주당은 곰곰 생각해봐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도 결산 심사에 책임이 큰 만큼 야당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민의 눈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5자 회담을 고집하기보다 야당이 요구하는 3자 회담에 통 크게 응하는 리더십을 보일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민생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야당에 정치 투쟁보다 민생을 위한 노력을 주문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박 대통령 말마따나 정부와 정치권은 민생 안정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여야 대표 회담을 성사시켜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