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시리아 공격 초읽기] 유엔, 화학무기 사용 증거 찾을까
입력 2013-08-26 17:50 수정 2013-08-26 22:19
시리아 정부가 최근 화학 무기 공격에 대한 국제 사회의 개입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유엔의 조사를 전격 수용했다. 유엔의 조사 결과 화학 무기 사용에 대한 증거가 나올 경우 서방의 군사 공격에 대한 정당성이 확보된다. 하지만 화학무기 공격이 진행된 지난 21일 이후 5일 만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상당 증거가 인멸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화학무기 사용 증거를 찾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P통신은 유엔 조사단이 26일(현지시간) 화학무기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다마스쿠스 인근 구타 지역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조사단을 태운 유엔 차량이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중립지대에서 저격수의 총격을 받으면서 조사 활동이 늦춰지기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에서의 화학무기 공격 문제에 대해 “어떤 상항에서든 누구든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면 (그것은) 국제법의 중대한 위반이며 경악스러운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희생자의 유족을 위해서라도 행동을 취해야 한다”며 “아무런 방해 없이 철저한 조사를 하는 것과 진실 규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의료 구호단체 ‘국경 없는 의사회(MSF)’는 지난 24일 시리아에서 신경가스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가 355명이라고 밝혔다. 반군 측도 사망자가 500명에서 1000명에 이른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서 역공을 펴고 있다.
유엔 조사단의 임무는 우선 화학 무기가 사용됐는지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 예컨대 화학무기 공격에 사용된 미사일을 찾아낸다면 화학무기 공격의 주체가 정부군인지 반군인지 명확해질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전 유엔 조사단을 인용해 “조사하는 매 시간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 등은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신하는 분위기지만 증거 확보에는 회의적인 모습이다. 미 정부 고위관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 정보기관에 의해 수집된 각종 팩트와 목격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미국은 화학무기 공격이 정부군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그동안 응하지 않던 유엔 조사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시리아 정부에 대해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도 “화학무기의 증거는 정부군의 해당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폭격으로 이미 파괴되거나 찾기 힘들게 됐다”면서 “유엔 조사단이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제는 현실적이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