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시리아 공격 초읽기] 외신 “美 주축 이르면 이번주 크루즈 미사일 공격”

입력 2013-08-26 17:49 수정 2013-08-27 01:21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서방국가가 조만간 시리아 정부군을 상대로 군사공격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들의 군사공격은 시리아 정부를 두둔 중인 러시아, 중국, 이란 등의 반발을 불러 자칫 국제사회 간 전쟁으로 번질 수 있어 실제 공격을 감행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릐금주 중 시리아 공격하나=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4개국 정상은 24~25일(현지시간) 보안 전화로 시리아 화학무기 참사와 관련해 ‘진지한 대응(serious response)’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정상들은 군사행동이 확정될 경우 이르면 이번 주 중 공격에 돌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해군을 주축으로 크루즈 미사일을 이용해 시리아의 주요 군사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군은 지난 24일 함대를 시리아 쪽으로 더 가까이 배치했다. 영국 해군은 군 수뇌부가 공격 대상 선정을 마무리하고 미 해군과 함께 미사일 공격에 참가할 준비를 끝낸 상태다.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서방국가가 고려 중인 군사 옵션은 크게 4가지다. 미사일을 이용한 공중 폭격, 비행금지구역 설정,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 지상군 투입 등이다. 지상군 투입은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지만 가능성은 낮다. 때문에 각국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도 시리아 정부에 경고를 줄 수 있는 수단으로 화학무기 시설만 타격을 가하는 미사일 공격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미국의 강경파 의원들은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이나 민간인을 공습하지 못하도록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자고 주장한다. 비행금지구역에는 어떤 비행기도 통과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격추할 수 있어 정부군의 공군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 미국은 또 수개월 전부터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도 검토했지만 알카에다에 무기가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결정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군사공격 움직임은 영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캐머런 영국 총리는 24~25일 휴가도 반납하고 미국 프랑스 독일 정상과 통화하며 군사행동 논의를 주도했다.

아랍국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22개 아랍연맹 회원국들은 27일 카이로에서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키로 했다.

릐러시아 협박이 관건=하지만 국제사회가 시리아를 둘러싸고 양분된 양상이어서 서방국가가 섣불리 군사행동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과 동맹관계인 러시아는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명의 성명에서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위험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26일 다시 기자회견을 갖고 “서방국들이 현재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 없는 무력 사용은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보리의 시리아 제재 움직임을 매번 저지했다.

중동 지역의 역학관계도 복잡하다.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시리아 정부군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수니파 정권은 반군을 지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또 미국의 군사개입이 핵무기를 개발 중인 이란에 ‘경고음’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 개입에 비판적인 미국, 영국의 여론도 부담이다. 최근 미국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0%가 미국 정부가 시리아 사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영국 국민들도 영국군이 이미 너무 많은 나라에 파병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민정 강창욱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