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방열] 스포츠에서의 정보와 용병 활용

입력 2013-08-26 17:49


“우리나라 대표팀도 경쟁력 강화 위해 칭기즈칸의 사례를 적극 활용해야”

21세기 들어 스포츠는 정보와 용병 내지 귀화 선수들이 대세를 이룬다. 최첨단 IT기술로 장착된 도구를 이용한 각국 대표팀의 신상명세와 경기실적 동영상 자료는 물론, 5∼7명으로 구성된 전략·전술 스카우트팀 구성을 필수요건으로 하여 각종 정보를 대표팀에 제공하고 있다. 아예 국제적으로 유명한 선수를 귀화시켜 경기력을 단번에 상승시키는 사례가 다반사다.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 남미, 심지어 미국선수들까지도 자국선수로 귀화시켜 올림픽에 출전한 지 이미 오래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빙상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연패를 기록한 안현수 선수. 그는 2011년 ‘빅토르 안’으로 귀화해 러시아 대표선수로 국제대회에 출전, 결승에서 우리나라 선수들과 경쟁했다.

농구에서도 지난 8월 초 마닐라에서 거행된 FIBA ASIA대회가 그랬다. 카타르, 요르단, 이란 등 중동국가들이 막대한 오일 달러를 무기(?)로 미국의 NBA선수를 귀화시킨 반면 동양의 필리핀, 일본, 대만까지도 흑인선수를 대거 기용했다.

적을 알지 못하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몽골고원에 봄이 오면 좋은 초지를 차지하기 위하여 몽골인들은 이동을 시작했다. 그래서 어디에 좋은 초지가 있고 누가 어디를 갔는지 주위의 상황을 살펴야만 했다. 이러한 선택과 결정은 몽골인들에게 생사의 문제와 직결됐다. 칭기즈칸은 정보와 용병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으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여행자 상인들을 통하여 많은 정보를 수집하였고 이를 적극 활용했다.

‘핫산’은 몽골고원의 통일과정에서, ‘자파르 코자’는 금나라의 정보를, ‘오코나’는 콰리즘 전쟁 시 첩보단장으로 혁혁한 공을 세운 몽골인이 아닌 이슬람 대상 출신들이었다. 즉 용병들이었다. 이들은 상대국의 군사정보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방면의 정보를 수집하였고 또한 심리전에도 동원되었으며 이들의 정보는 역참을 통하여 신속히 칭기즈칸에게 전달되었다. 또한 정찰, 첩보팀은 곳곳에서 유언비어를 퍼뜨려 적을 이간시키기도 하고 공포감을 불러 일으켜 전의를 상실케 하는 등 심리전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칭기즈칸은 몽골군의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고 증강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적의 정보를 수집하고 신무기를 도입하고 용병을 이용하는 전술을 꾸준히 개발했다. 이러한 작업은 이 분야의 외국인 기술자·전문가를 직접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었다. 칭기즈칸은 이들을 자기 휘하에 끌어들이고 충성과 노력을 다하도록 극진히 우대하였다. 1211년 칭기즈칸은 처음 금나라를 침공하여 중도(中都)를 포위하고 공격할 때 공성 전법을 몰라 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하고 금의 강화제의를 수락하고 철수하였다. 이때 몽골군은 많은 거란족(요나라)의 공성작전에 필요한 우수한 야전공병대원을 데려왔다. 몽골군은 이들을 이용하여 성과 해자를 격파하는 공성무기를 제작하고 공성전법을 배웠다. 이후 2차 금 침공 시 무칼리의 부대의 순수 몽골족 출신은 절반도 안 되는 2만3000명에 불과하였으나 4만명에 이르는 용병을 이용한 공병대원들에 의해 대승을 거두었다.

경기하기 전 상대팀의 상황을 누가 많이 아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어떤 작전을 쓸 것이고 어느 선수가 출전할 것인가, 누가 부상을 당했고 어느 선수가 컨디션이 좋지 않고 그들의 주전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느냐 등 알아야 할 상대방의 정보는 무수히 많다. 용병 선수를 기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정신적 취약점인 개인플레이, 충성심과 희생정신의 결여, 협동정신의 부족을 고취시키고 국내선수들과 어떻게 화합·조화시키고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대표팀도 단신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의 장신선수를 귀화시켜 출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칭기즈칸의 사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방열 (대한농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