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 아빠 만나 7년간의 사랑 확인한 모니샤 “꼭 다시 오세요… 그때까지 매일 기도할게요”
입력 2013-08-26 17:36 수정 2013-08-26 21:38
컴패션 일반인 홍보대사들 인도 남부 지역어린이센터 방문
김세건(65·덕수교회 장로)씨는 딸을 만나기 위해 지난 20일 인도 첸나이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가방에는 미술을 좋아하는 딸에게 줄 물감과 스케치북, 공책 같은 학용품과 장난감이 가득했다. 김씨는 딸과 주고받은 편지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그는 딸에게 보낸 편지도 모두 복사해서 보관해 왔다. “7년 만에 처음으로 딸을 만난다니 가슴이 설레어서 지난밤엔 잠을 설쳤어요.”
김세건씨는 국제 어린이 양육 기구 컴패션을 통해 7년 전부터 인도 소녀 모니샤(15)를 후원하고 있다. 한국컴패션에서 인도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김씨는 캐나다 여행을 위해 모았던 돈으로 올 여름 모니샤를 만나러 가기로 결심했다.
함께 인도로 가는 일행들은 모두 VOC(Voice of Compassion)로 컴패션의 일반인 홍보대사다. 대학생부터 직장인, 주부까지 다양한 VOC들이 인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튿날 아침, 김씨는 컴패션 첸나이 사무실에서 모니샤를 만났다. 왠지 서먹서먹했다. 김씨가 안아주고 선물을 건네도 모니샤는 살짝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김씨도 다가가기가 어색했다. 모니샤의 부모를 만나고 싶었다. “모니샤, 네 집은 어디지?”
모니샤는 첸나이의 빈민가에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다리를 다쳐 움직일 수 없고, 어머니가 가정부 일을 하며 살림을 꾸린다. 2평 정도 되는 방은 대낮인데도 컴컴했다. 세 식구의 살림이 구석구석 쌓여 있어 이불을 펼 자리도 없어 보였다. 김씨의 후원 덕분에 모니샤는 컴패션이 운영하는 지역어린이센터에서 매일 밥도 먹고 공부도 하고 있었다. 빈민가 교회의 목사님이 운영하는 어린이센터에는 모니샤의 성장 기록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학교 성적은 어느 정도인지, 건강 상태는 어떤지, 가정환경과 생활 태도, 그리고 영적인 성장 과정까지 적혀 있었다. 후원금을 어디에 썼는지 기록한 회계 장부와 영수증도 후원자에게 공개했다. 서류를 뒤적이던 김씨가 뭘 발견했는지 활짝 웃으며 기자의 옆구리를 툭 쳤다.
“이것 봐요, 모니샤가 성경 점수 만점을 받았어. 우리 딸이 참 똑똑한가 봐요!”
VOC 일행은 1주일 동안 인도 남부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컴패션 지역어린이센터를 방문했다. 가는 곳마다 아이들이 몰려와 환영했다. 뙤약볕 아래에서도 더운 줄 모르고 함께 노래하고 춤을 췄다. 북을 치고 나팔을 불고 꽃을 뿌렸다. 기차놀이, 스티커붙이기를 하며 어린이들과 VOC가 함께 어우러지는 광경은 마치 록페스티벌 같았다. 후원을 받는 어린이의 가정을 방문해 직접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기도도 했다.
온 가족이 5명의 어린이를 후원한다는 임연빈(54)씨는 “아이들이 정말 밝다”며 “더 일찍 후원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왜 VOC활동까지 하는지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컴패션은 아이들을 먹이고 공부만 시키는 게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고 사랑받는 존재인지 성경을 통해 가르쳐주잖아요.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이니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죠.”
후원자들의 일회적인 방문과 선물이 혹시나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기자에게 VOC 여행을 이끈 컴패션 정브라이언 팀장은 “한번의 만남에 그치면 상처가 되기도 하고 일방적으로 선물을 주기만 하면 후유증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선 지역어린이센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돌보고 후원자와도 관계가 이어지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적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후원자의 방문은 자신의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사랑을 확인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일행이 방문한 어린이센터의 현지인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들은 후원자를 만나는 게 정말 큰 소원이에요. 여러분의 방문, 여러분이 보여준 사랑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VOC는 컴패션만의 독특한 제도다. VOC에 선발되면 한 달에 2번씩 모여 컴패션의 철학과 활동을 배운다. VOC는 자발적으로 컴패션을 알리는 메신저가 된다. 현재 1000여명이 VOC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가 모니샤와 헤어져야 할 시간이 왔다. 김씨가 가슴 속에 있던 말을 꺼냈다.
“모니샤,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한국도 전쟁이 났을 때 컴패션의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하나님의 뜻이니까, 하나님께 감사드리면 돼.”
모니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꼭 인도에 또 오세요. 그때까지… 매일 기도할게요.” 이 광경을 지켜 본 인도 컴패션의 폴 아스빈 대표는 “후원자들과 어린이가 만나는 순간 하나님이 임재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함께 간 VOC 중 한 명이 기자에게 말했다. “기자님도 돌아가면 후원 시작하실 거죠?”
첸나이(인도)=글·사진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