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돌발상황… “이렇게 대처하세요”

입력 2013-08-26 17:15

결혼 전부터 다양한 육아지식을 쌓은 여성이라도 막상 아기를 낳고 나면 그동안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정보와는 전혀 다른 돌발 상황을 접하고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설혹 잘 알고 있었던 것이라 하더라도 갑자기 아이가 아프면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기 십상이다.

실제로 우리 주위엔 아이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고 보챌 때 왜 그러는지 몰라 허둥대는 초보 엄마 아빠들이 적지 않다. 한림의대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구 교수의 도움말로 영·유아가 갑자기 고열과 함께 경련을 일으키거나 계속 보채기만 하고 잠을 자지 못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4∼5세 이후 없어지는 호흡정지발작=아이가 넘어지며 어딘가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거나 놀라서 갑자기 숨을 못 쉬고, 심지어 의식까지 잃는 경우가 있다. 숨을 안 쉬다 보니 혈중 산소농도가 떨어져 안색은 금방 파랗게 변하거나 창백해진다.

바로 생후 6개월∼3세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호흡정지발작’이란 상황이다. 위험한 물건을 쥐고 있어서 부모가 빼앗는다든지,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못하게 했을 때 기절을 해버리는 등의 돌발행동을 보이는 경우다. 다행히 이는 나중에 문제가 되는 병적 행동이 아니다. 우리가 염려하듯 호흡정지발작은 사실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고, 대부분 후유장애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자신을 통제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 뜻대로 못하면 큰 좌절감이 생기고, 그 좌절감과 분노가 기절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일 뿐이므로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이가 이런 발작을 지나치게 자주 반복할 경우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일 수도 있으므로 한 번쯤 전문의 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응급처치 미리 숙지해야 할 기도폐쇄=음식물이나 장난감, 동전 등 이물질이 아이의 기도를 막아 숨을 쉬지 못하게 되는 상황도 때때로 벌어진다. 질식사 위험이 높은 기도폐쇄 증상이다. 무엇이든 손에 잡히는 대로 입에 집어넣고 보는 영·유아들한테 많이 생긴다.

이 경우 빨리 기도를 막은 이물질을 제거해야 하지만, 무작정 아이의 입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 빼내려 해선 안 된다. ‘기도이물’을 되레 더 깊숙이 밀어 넣을 수 있어서다.

이때는 기침을 유발시키는 방법이 권장된다. 한 손에 복부를 받쳐 안아 올리고 다른 손으로 등을 밀쳐 올리듯 압박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얼굴을 위로 향하도록 눕히고 검지와 중지를 모아 명치 바로 위쪽을 연속해서 눌러주면 복부 내 장기가 횡격막을 통해 기관을 밀어붙여 기침이 유발된다. 기도이물은 기침과 함께 자연스럽게 배출된다. 이 같은 응급처치에도 기도가 열리지 않으면 최대한 빨리 응급실로 아이를 옮겨 기도이물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물 흡입에 의한 아이들의 기도폐쇄를 막기 위해선 누워 지내는 시간이 대부분인 돌 전 영아의 경우 평소 구토를 할 때 기도가 막히지 않게 고개를 옆으로 돌려 누이는 것이 좋다. 또 작은 구슬, 바둑알, 동전, 머리핀 등을 아이들의 손이 닿는 곳에 놓치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 5분 넘기지 않는 열성경련=어린 아이들에게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경련성 질환이다. 주로 3개월에서 5세 사이 아이들한테 고열과 함께 나타난다.

대개 감기나 기타 열이 나는 병에 걸렸을 때 고열 때문에 경련을 일으키게 된다. 보통 열이 많이 나거나 갑자기 오른 상태에서 의식을 잃으며 눈이 돌아가고 손발을 약간씩 떨며 뻣뻣해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경련 발작은 5분 안에 끝나고 후유증도 거의 없기 때문에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열이 너무 심하다면 아이의 항문에 해열용 좌약을 넣어주거나 약간 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아주어 열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경련 시간이 15분 이상 지속되거나, 하루에 2번 이상 발생하고, 경련을 멈춘 뒤 엄마 아빠를 몰라보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면 즉시 가까운 소아청소년과를 방문,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뇌수막염 등 치명적인 감염 질환에 의한 경련 발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