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장애인에겐 아직도 먼 공공도서관

입력 2013-08-26 02:58


서울 강북구에 사는 청각장애인 A씨는 ‘코스모스’ 같은 과학서적을 즐겨 읽는 독서광이다. 최근에는 수화로 책을 읽어주는 DVD를 독서에 활용하고 있다. 가까운 공공도서관에서 이런 DVD나 책을 빌리는데 그럴 때마다 사서와 한참씩 필담을 나눠야 했다.

지난 6월 A씨는 장애인이 도서관에 인터넷이나 전화로 자료를 신청하면 집까지 배달해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란 생각에 당장 한 공공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도서관 측은 “현재 책 배달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11년 7월 A씨 같은 장애인을 위한 무료 책 배달 서비스 ‘책나래’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책나래는 ‘책에 날개를 달아 찾아간다’는 뜻이다. 택배로 보내는 배달 비용은 우정사업본부가 지원한다. 올 4월부터는 책나래 서비스 대상이 시각장애인 및 중증(1·2급) 청각·지체 장애인에서 신장·심장·뇌병변 장애인(1∼3급)까지 포함토록 확대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에 따르면 서울 공공도서관(지자체·교육청 관할)의 2011년 7월 책나래 서비스 제공 건수는 4건에 그쳤지만 올 7월에는 98건으로 증가했다. 장애인도서관까지 합한 올 7월 책나래 이용은 614건이나 된다. 서울의 올 상반기 이용 건수가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를 넘어섰을 만큼 이 서비스를 찾는 장애인이 급증하고 있다. 책나래 서비스로 점자책을 자주 빌려 읽는다는 시각장애인 김모(33·여)씨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도서관 가는 게 쉽지 않은데 집에서 편하게 책을 받아볼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책나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도서관 수가 여전히 부족하다. ‘투명한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현재 전체 공공도서관 807곳 중 54%인 442곳만 책나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공도서관은 “도서관 규모가 작고 인력과 예산상 어려움 때문에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강북구의 한 공공도서관 관계자는 “책나래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 그런 서비스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책나래 서비스의 양과 질을 동시에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철환 활동가는 “장애인 문화복지를 위해선 꼭 시행돼야 할 사업”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고, 서울과 지방간 이용률 격차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서재경 활동가는 “홍보가 부족해 아예 이 서비스를 모르는 장애인도 많다”며 “도서관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