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남혁상] 이산가족
입력 2013-08-25 19:01
30년 전 우리나라 국민 상당수가 같은 시간대에 TV 앞에 모여앉아 감동의 눈물을 쏟았다. 1983년 여름의 일이다. 당시 KBS는 3∼4시간 분량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예상 밖의 폭발적 반응을 얻자 방송사는 이후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5일간 생방송을 진행했다.
뜻하지 않은 남북 분단으로 수십 년간 혈육과 헤어진 채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청했고, 이 프로그램은 그해 11월까지 500시간 가까이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이 프로그램으로 1만여 ‘남남(南南) 이산가족’이 극적으로 해후했다. 당시 어떤 드라마보다도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이 프로그램은 해외에까지 널리 소개됐다. 패티 김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는 노래가 이산가족의 아픔을 상징하는 곡이 된 것도 이때부터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85년 남북 간 ‘이산가족 및 예술공연단 교환방문에 관한 합의서’ 채택을 계기로 처음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당시는 인원수도 적었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쳤다. 본격적인 상봉이 시작된 것은 2000년 8월부터다. 그해 남북정상회담 6·15 공동선언의 결과물이었다. 세계적인 관심 속에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이뤄진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다시 한번 온 국민의 눈시울을 붉히기에 충분했다. 특히 짧은 상봉을 마친 뒤 버스에 올라타 북으로 향하는 아들을 조금이라도 눈에 담으려는 노모(老母)의 안타까운 표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남북 분단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발생한 이산가족은 1000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 황망한 피란길에 잡았던 어머니 손을 놓쳐버리거나 길이 엇갈려 생이별해야 했던 가족들의 아픔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실로 헤아리긴 어려울 것이다. 이산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하기 위해 2000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18차례 방문 상봉이 이뤄졌다. 그나마 2010년 10월이 마지막이었다.
분단의 비극도 반세기를 훌쩍 넘겨버린 지금 이산가족들은 갈수록 노령화되고 있다. 현재 등록된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12만8000여명 중 생존자는 7만2882명이다. 생존자 가운데에서도 90세 이상이 9.3%, 80∼89세는 40.5%, 70∼79세도 30.6%에 달한다. 70세 이상 고령자가 80%를 넘은 것이다.
다행히 3년 만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재개된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하루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산가족들이 만나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이제 ‘시간과의 싸움’이 됐다.
남혁상 차장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