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김준섭] 집단적 자위권과 일본 군사력

입력 2013-08-25 18:55


참의원선거 승리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8월 2일 아베총리가 내각법제국의 야마모토 쓰네유키 장관을 퇴임시키고 그 후임으로 고마쓰 이치로 주프랑스 일본대사를 임명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일본의 각 언론매체에 크게 보도되었다. 보통 내각법제국 장관은 차장을 승진시켜 임명하는 것이 오랜 관례였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인사였다. 그런데 한 명의 고위관료에 대한 인사가 왜 일본의 모든 언론매체에서 주요기사로 다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하다.

내각법제국은 각 부처가 국회에 제출하는 신규법안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심사하는 등의 일을 담당하는 기관인데, 국회에서 법률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을 때 정부의 통일견해를 작성하는 일도 하고 있다. ‘국제법상 보유하고는 있으나 헌법9조의 제약 때문에 행사할 수는 없다’는 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일본정부의 기본입장 역시 내각법제국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왜 위의 인사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일본의 매스컴은 집요하게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아베 총리가 참의원에서의 승리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고마쓰가 2007년 제1차 아베 내각 당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실현을 목적으로 조직됐던 자문회의의 실무를 담당했던 인물이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 찬성론자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인사는 그야말로 아베 총리의 속내가 노골적으로 반영된 것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필자는 4월 7일자 본란에 실린 ‘보통국가로 향하는 일본’이라는 글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문제를 이미 다룬 적이 있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의해 일본의 군사력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 것인지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올해 출판된 ‘방위백서’의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자. “소위 공격적 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바로 자위를 위한 필요최소한도의 범위를 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거리 전략폭격기, 공격형 항공모함의 보유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구절은 매년 기본적으로 큰 내용의 변화가 없이 기술되고 있는 것인데,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지면 이 구절은 성립되지 않는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자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외국에 대한 무력공격을, 자국이 직접 공격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력으로 저지하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실제로는 ‘공격’의 형태로 발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현재 그 보유가 금지되어 있는 공격용 무기들을 보유할 필요가 발생한다. 물론 재정형편이나 외교적인 고려 등이 무기체계의 변화속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지만, 공격용 무기를 보유하는 데에 있어서 현재와 같은 법적인 제약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미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인 헌법9조는 유명무실하게 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며, 일본은 군사적으로 완전히 ‘보통국가’가 될 것이다.

현재 아베 총리는 개헌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아는 그로서는 오히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가 그토록 탈피하기를 원하는 ‘전후체제’의 핵심이 헌법9조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현실적으로 그의 소망을 이루는 첩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참의원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당분간 아베 총리의 리더십이 강력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실현은 점점 더 현실미를 띠게 될 것이다. 우리로서는 좀 더 심각하게 이와 같은 일본의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

김준섭 국방대 안보정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