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국내 투자 않고, 중소기업은 정책 역풍 우려… 靑 “이러다 다 죽는다” 위기감 고조
입력 2013-08-26 03:58
새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인식이 청와대에서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기는커녕 오히려 각종 제도적 부담에 기존 활동마저 축소하는 징후가 짙어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의 중심으로 삼겠다고 밝힌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통령이 예상과 달리 대기업 회장단과의 만남을 앞당긴 것도 빨간불이 켜진 경제상황 때문으로 해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25일 “이대로 가다가는 대기업도, 중견·중소기업도 다 죽는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최근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대기업들의 투자 실적 및 계획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투자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줄지 않았으나 대부분 해외 투자였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기업들이 앞으로 국내에 투자할 계획도 대부분 없다고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중견·중소기업들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진행되고 있는 각종 경제정책 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에 따른 세수 확보를 위해 시행된 각종 정책이 오히려 기업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양적완화 종료 방침에 따라 국내로 유입된 해외 자금까지 빠져나갈 기미를 보이면서 우리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여건이 좋아질 요인이 앞으로 별로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지탱하려면 대기업의 국내 투자가 필수불가결한데 이들이 기업하기 좋은 해외 투자처로만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전 정부와 달리 여러 정책이 한꺼번에 시행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다소 혼란을 겪고 있는 듯하다. 서로 충돌하는 정책이 있다면 정리가 필요하긴 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투자 활성화 대책을 집중 점검하면서 규제는 물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관행이나 제도를 해소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28·29일 연이어 10대 그룹 회장단 및 중견기업연합회 회장단과의 오찬 간담회를 갖는데 이어 2차 국민경제자문회의도 별도로 개최해 경제 관련 애로사항과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할 계획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번 주 박 대통령의 주된 관심사는 경제 살리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