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최룡해 “전쟁 원치않아”… 유화모드 북한, 정말 달라지나
입력 2013-08-25 18:47 수정 2013-08-25 22:53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대화 공세를 펴고 있는 북한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3차 핵실험, 핵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 채택 등 군 주도의 강공일변도 정책을 고수했던 북한이 대남·대외적 유화 모드를 넘어 본격적인 지도부 체질 개선에도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5일 ‘선군(先軍)절’을 맞아 노동당의 역할과 기능 강화를 주문했다. 김 제1위원장은 노동신문과 군 기관지 ‘조선인민군’에 발표한 담화를 통해 “당의 영도는 인민군대의 생명이며 당의 영도를 떠나서는 인민군대의 위력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면서 “우리의 총대는 영원히 당과 그 위업을 굳건히 담보하는 억척의 지지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혁명 승리의 가장 중요한 담보는 혁명의 참모부인 당을 강화하고 당 주위에 군대와 인민을 하나로 묶어 세워 혁명의 주체를 튼튼히 다지는 것”이라고 했다. ‘선군정치’를 기치로 내걸었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도사상과는 상반된다. 노동당이라는 정치 시스템을 통해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식으로 국정운영 체계를 정착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군부 최고 실세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도 24일 평양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에서 “(우리는) 평화를 귀중하게 여기고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세계 여러 나라와 친선협조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하면서도 ‘핵 억제력’ 또는 ‘핵·경제 병진’ 등의 표현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북한의 변화는 김정은 체제가 과도기를 끝내고 정착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군 강경파 주도로 이뤄진 정책이 결국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전략적 판단 아래 군단장 등 군부 교체, 당 지도부 세대교체를 단행한 뒤 자신만의 통치 방향을 정립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당을 중심으로 한 내치(內治), 경제건설 등에 중점을 두는 북한의 정책 방향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제1위원장의 언급은 당 체제를 안정화시키고 대내외적으로 군사적 위협보다 협력을 중시하겠다는 실용적인 의미”라며 “마식령스키장과 원산관광특구 등을 강조하고 이를 금강산 관광과 연계시키려는 것도 경제발전에 그만큼 무게를 실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큰 줄기로 볼 때 앞으로 대결보다는 대화 국면을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