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獨 민주주의의 힘은 ‘정치 교육’

입력 2013-08-25 18:45 수정 2013-08-25 22:53

독일 바이에른주(州)에 사는 마흔 살의 프라우크 재켈씨. 그는 사회민주당(SPD)의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FES)이 주최하는 ‘1953년 6월 17일 동독 노동자 봉기’에 대한 정치교육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야간기차로 8시간을 달려 베를린까지 왔다. 기독교사회당(CSU)이 집권하고 있는 주정부 산하 사회복지청 공무원이지만 그는 19년째 SPD 당원이다.



‘공무원인데 정치활동이 가능하냐’고 묻자 “관심이 없어지면 민주주의는 위험해진다. 많은 독일인들이 정치와 작별을 고하고 있다. 정부가 정치색을 드러낸다고 징계하는 일 따윈 없다. 공무(公務) 때 사감(私感) 없이 한 발짝 물러나면 된다”고 했다.



정치활동이 처음이라던 홈볼트대학 물리학과에 재학 중인 20대 남성은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한 명으로서 민주주의 과정에 대해 알고 싶었다”며 세미나 참석 이유를 설명했다.



재켈씨는 1시간 남짓 진행된 세미나를 마치고 크라우센슈트라세에 있는 정부 산하 연방정치교육원의 홍보센터를 찾았다. 자녀에게 줄 책 몇 권을 사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전쟁 전·후의 독일’이란 제목의 책을 구입한 앙겔라 스트라우스(33·여·박물관 근무)씨는 “정부가 운영하는 곳이라 정치 현안과 관련된 가장 빠른 고급 정보들을 무료로 혹은 싼 값에 얻을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며 “독일에서 시민민주주의 교육이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가 이런 간접적 정치교육 때문”이라고 했다.



센터 책임자인 안드레아스 슐체(50)씨는 “정당 차원의 정치교육과는 다르지만 분명 국민들에게 이곳의 존재 자체로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하루 평균 100∼150명의 방문객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선 정치교육도 하나의 상품이자 정치문화다.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더 질 좋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 정당과 정치재단, 학교, 시민단체들도 노력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처럼 투표율이 낮아지고, 특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정치혐오증이 커지면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독일의 정치교육이 본격 시작된 건 50년대다. 45년 제2차 세계대전 후 전범·패전국이란 멍에와 함께 나치 정권이 자행한 엄청난 학살까지….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암묵적 동의가 이 같은 참담한 역사를 남겼다는 공감대와 함께 이성과 양심에 따른 정치적 결정 능력을 배울 정치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베를린=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