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만든 골… 지성, 홀로 빛나다
입력 2013-08-25 18:38
“역시 박지성은 PSV 에인트호벤의 영웅이다.”
‘산소탱크’ 박지성(32)이 에인트호벤을 시즌 첫 패배 위기에서 구출해내자 팬들은 열광했다. 에인트호벤 팬들은 8년 만에 치른 네덜란드 프로축구 에레디비지에(1부 리그) 복귀전에서 무려 575일 만에 골 맛을 본 박지성을 ‘영웅의 귀환’이라며 극찬했다.
박지성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네덜란드 알메로에서 열린 2013∼2014시즌 4라운드 헤라클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 21분 교체 선수로 출전해 후반 41분 천금같은 동점골로 팀의 1대 1 무승부를 이끌었다. 박지성의 시즌 1호골이자 복귀 2경기만의 골이다. 이는 박지성이 575일 만에 공식경기서 터트린 골이기도 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던 지난 2012년 1월 28일 리버풀과의 FA컵 4라운드서 0-1로 뒤진 전반 39분 동점골을 기록한 것이 박지성의 최근 골이다. 네덜란드에서의 골은 2005년 5월30일 암스텔컵(FA컵) 결승전 이후 8년 3개월 만이다.
지난 21일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AC 밀란과 1차전에 선발로 뛰었던 박지성은 이날은 교체 명단에 올라있었다. 부상에서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오는 29일 AC 밀란과 2차전을 앞두고 박지성을 아끼려는 필립 코쿠 감독의 배려였다.
그러나 코쿠 감독은 박지성을 출격시킬 수밖에 없었다. 전반 6분 만에 수비진의 실책으로 두아르테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에인트호벤은 이후 파상 공세를 펼쳤으나 2%가 부족했다. 고민하던 코쿠 감독은 후반 21분 발목을 다친 주장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을 빼고 박지성을 투입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패배 위기에 처한 팀을 구해달라는 ‘SOS’이었다.
역시 박지성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팀이 0-1로 뒤지던 후반 41분, 박지성은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서 볼을 패스 받았다. 활발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패스를 펼치던 박지성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극적인 동점골로 연결했다. 상대팀 두 선수에게 철벽 수비를 받은 박지성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박지성은 결국 그라운드에 넘어졌지만 오른발로 대각선 슛을 날렸고 볼은 헤라클레스의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박지성은 인터뷰에서 “상대 수비수에 밀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주심이 반칙을 선언할지 알 수가 없어서 슈팅을 했다”며 “맨유에서 경험이 도움이 됐다. 종종 교체로 출전한 경험이 있었는데 교체로 나와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동점골이 터지자 에인트호벤 팬들은 “영웅이 돌아왔다” “박지성은 우리의 영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에인트호벤은 박지성의 동점골에 힘입어 시즌 무패행진(3승1무)을 이어갔다. 박지성은 오는 29일 오전 3시45분 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AC밀란과의 원정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