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왜 ‘정치재판’으로 생각할까

입력 2013-08-25 18:37


리줘잉은 마카오에 있는 한 언론사 여기자다. 20대 중반인 그는 스스로 기자생활 2년 남짓 안 된 애송이라고 했다. 베이징에 있는 런민(人民)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자마자 언론계에 몸을 담았다.

그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에 대한 재판이 열리는 산둥성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 주변을 열심히 뛰어다녔고 법원 인근 지화(吉華)호텔 로비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노트북 컴퓨터를 두드리기도 했다.

“중국에서 기자생활 하는 게 어떠냐”는 뻔한 질문을 던져봤더니 기다렸다는 듯 많은 말을 쏟아냈다. 우선 런민대 신방과 동기생 중 언론사에 들어간 친구가 절반도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음대로 쓰거나 말하지도 못하는 상황 때문에 기자직을 피하는 게 주요 원인이란다.

“언론 기관이라면 뉴스나 기자의 가치를 앞세워야 할 텐데 그보다는 조직을 보호하기에 바빠요.” 그는 언론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중국의 현실에 낙담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보시라이 재판’이 25일까지 나흘째 열리는 동안 검찰과 피고인 측 간 치열한 법정공방 구도는 바뀌지 않았다. 중국 내 법률 전문가들은 변호인들이 검찰 측보다 치밀하게 재판에 대비한 것 같다는 관전평을 내놓았다. 보시라이가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이를 법원 웨이보로 알리는 것조차 잘 짜여진 각본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에서는 법원이 당 정법위원회 지휘를 받도록 돼 있다. 당 지도부 의견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 것이다.

지난시의 한 택시 기사는 “보시라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고 묻자 “그는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본 언론사에서 일하는 중국인 기자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기에 “그가 부패했던 건 사실 아니냐”고 하자 “에브리바디(everybody)”라고 답했다. 부패하지 않는 간부가 있느냐는 뜻이었다.

왜 상당수 사람들은 이번 재판을 “어차피 정치 재판”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언론 자유가 없고 사법권 독립도 이뤄지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보시라이 재판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긴다는 의미도 있지만 중국 지도부에는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 셈이 됐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