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직권남용 혐의도 부인

입력 2013-08-25 18:36 수정 2013-08-25 23:11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는 25일 4일째 계속된 심리에서 가장 핵심 부분인 직권남용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뇌물수수와 공금횡령에 이어 직권남용 혐의까지 부정함으로써 무죄를 주장한 셈이다.

산둥성 지난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속개된 4일째 심리는 오전에 끝났다. 재판부는 26일 5일째 심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보시라이가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의 영국인 살인사건 은폐를 기도했다고 밝혔으나 보시라이는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맞섰다.

검찰은 특히 보시라이가 살인사건 재조사 필요성을 제기하는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을 관련 규정을 어기면서 해임한 것은 사건 은폐 의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시라이는 아내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판단하지 않은 상황에서 행한 잘못을 사건 은폐 기도로 봐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즉 구카이라이가 모함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왕리쥔을 공안국장 자리에서 쫓아냈을 뿐 사건을 덮으려는 뜻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보시라이는 그가 주먹으로 왕리쥔의 얼굴을 때려 고막이 터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나는 권법을 배운 적도 없고 힘도 세지 않다”며 부인했다. 그러면서 “왕리쥔은 저질”이라며 “그의 증언은 거짓으로 가득차 있다”고 공격했다.

이날 심리에서는 또 황치판(黃奇帆) 당시 충칭시장이 증인으로 나와 “보시라이가 왕리쥔을 해임하면서 공안부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돼 있는 규정을 어겼다”고 증언했다.

앞서 24일 재판에서는 보시라이와 왕리쥔이 ‘창과 방패’로 법정에서 마주했다. 지난해 2월 초 왕리쥔이 쓰촨성 청두 소재 미국 총영사관으로 망명을 기도하면서 ‘보시라이 사건’이 시작된 뒤 처음이다.

왕리쥔은 “살인사건을 보고하자 보시라이는 물컵을 바닥에 집어던지며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면서 지난날 ‘주군’을 공격했다. 그러나 보시라이는 왕리쥔이 조폭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스스로 자리를 옮기기를 원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시라이가 사법조사권이 없는 당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에서 행한 자백의 법적 효력을 놓고 논란이 일자 지난시 중급법원은 “본인의 자백은 법적 효력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4일 동안 공판에서는 검찰이 공소 사실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고 피고인 측이 반대 증거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법정 조사’가 마무리됐고 26일부터는 본격적인 공방이 예상된다. 따라서 재판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