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인근 해역 구축함 증강… 美 행동 나서나
입력 2013-08-25 18:35 수정 2013-08-26 00:39
미국이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에 대한 군사 공격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영국 등은 시리아 다마스쿠스 인근의 민간인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 배후에 시리아 정부군이 있다는 심증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휴일인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국방·국가안보팀 회의를 소집, 시리아 화학무기 참사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백악관은 회의 종료 뒤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안보팀으로부터 미국과 우방국들이 취할 대응 조치를 보고받고 구체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안보팀 회의 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통화하며 양국의 긴밀한 협조를 다짐해 ‘결단’이 가까워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시리아에 대한 군사 공격이 결정되더라도 서방 우방국과의 협조 없이 미국 단독으로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왔다.
특히 영국 총리실은 이날 전화통화와 관련한 성명에서 “시리아 정부가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 공격을 했다는 징후가 증가하고 있는 데 대해 두 지도자가 심각하게 우려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정보 당국들은 화학무기 공격이 시리아 정부군의 소행이라는 예비조사 결과를 각국 정부에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화학무기 공격 참사 직후 이례적으로 시리아 외무장관에게 전화해 경고하는 등 미국이 시리아에 대해 최후통첩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 인근 해역에 군사력 배치도 증가시켰다.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동지중해에 미 구축함이 4척으로 늘었다고 확인했다. 평상시 2척이었지만 최근 1척이 증강된 데 이어 버지니아주 노포크로 귀항 예정이던 다른 1척도 계속 머물기로 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군사 공격에 나설 경우 이들 구축함에 설치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발사가 최우선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때도 미국은 토마호크 미사일로 상대방의 군사 거점시설을 파괴한 뒤 전면 공격에 나선 바 있다. 미 언론은 화학무기 공격에 책임이 있는 시리아 정부기관이나 군사시설을 순항 미사일이나 항공기로 폭격해 미국의 제재 의지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비행금지 구역’ 설정 등도 고려될 수 있지만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오므란 알 조흐비 시리아 공보장관은 범아랍권 위성방송 알 마야딘TV에 출연, 미국의 군사개입 움직임을 겨냥 “시리아를 공격하는 일은 중동 지역 전체를 불태우는 불덩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화학무기 사용을 부인하며 “반군 측 소행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거세지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안한 듯 시리아 정부는 25일(현지시간) 화학무기 피해지역에 대한 유엔 현장조사단의 방문을 전격 허용했다. 시리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안젤라 케인 유엔 군축고위대표의 시리아 방문기간, 유엔과 시리아 정부가 유엔 현장조사단을 받아들이는 협정서를 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