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 “남북정상회담 아직 생각 안해”

입력 2013-08-25 18:25 수정 2013-08-25 23:03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5일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관련해 “정상들 간에 만나서 회담을 해서 성과가 있으려면 상당한 정도로 뭔가 여건들이 조성돼야 한다”면서 “정상들 간에 만나서 큰 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인식의 정상회담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개성공단 정상화가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정책인) 5·24 조치와 저촉되는 부분들이 있다면 그런 부분들은 당연히 유념을 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이르면 다음 주쯤에는 기반시설 관리인력, 우리 관리위원회 인력들이 들어가서 좀 더 (공단에) 체류하는 그런 일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공동위원회 구성을 이번 주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류 장관은 이산가족 상봉 장소로 북측의 금강산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선 “북측은 ‘실무적으로 준비하는 데 애로 사항이 있다. (서울과 평양을 할 경우) 한 100일 정도가 소요될 것 같다’고 얘기했다”면서 “일단 이산가족들이 빨리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산가족 상봉자 선정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24일 서울 본사에서 컴퓨터 추첨을 통해 1차 상봉 후보자 500명을 선정했다. 이어 1차 후보자를 대상으로 상봉의사 확인 및 건강검진을 한 뒤 200∼250명을 선발해 29일 북한 조선적십자회와 생사확인 의뢰서를 교환한다. 남북 적십자사는 가족의 생사를 서로 확인해 다음 달 13일 생사확인 회보서를 교환하고, 최종 상봉대상자 100명을 선정해 다음 달 16일 최종 명단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은 당초 정부가 제안한 다음 달 25일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금강산 문제는 조급히 움직이는 것보다 여러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회담 때 충돌하지 않고 발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각자 열심히 궁리한 다음 시간을 두고 만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의 날짜(8월 말 또는 9월 초) 제의에 이르면 이번 주 초 답변을 내놓을 계획이다.

북측은 우리 측이 자신들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회담일이 이산가족 상봉 날짜와 겹치기 때문이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이산가족 상봉일에 같은 지역에서 금강산 회담까지 개최하는 게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